본문 바로가기

당분간 단속기관·국민 모두 혼선…‘3·5·10’ 지키는 게 최선

중앙일보 2016.09.27 02:01 종합 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국감 뒤 구내식당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위원들이 26일 농 식품부 구내식당에서 오전 국정감사를 마친 뒤 1만5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있다. 비용은 국회에서 지불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국 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은 국회 상임위원 등에게 3만원 이내 식사도 제공 못 한다. [사진 오종택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이 바꿀 생활 습관
말로만 청탁해도 처벌받지만
본인 이익 위한 청탁은 문제 안 돼

김영란법은 두 가지가 핵심 축이다. 하나는 누구든지 인허가 처리, 인사 개입 등 법이 정한 14가지 업무에 대해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현행법에는 자기가 직접 부정청탁을 한 경우에는 처벌규정이 없다. 자기 이익을 위해 ‘제3자를 통하거나’(1000만원 이하 과태료), ‘제3자를 위해’ 청탁했을 때만 처벌(일반인은 2000만원, 공직자는 3000만원 이하 과태료)을 받는다. 예컨대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승진 청탁을 하면 처벌되지만 아들이 직접 자신의 승진 청탁을 하면 처벌받지 않는 식이다. 민원인과 공무원 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지 않고 말로만 부정청탁을 하더라도 처벌받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담당 공무원에게 잘 아는 친구를 통해 말로만 건축허가 청탁을 해도 처벌받는다는 얘기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은 금품수수 금지다. 직무와 연관이 없더라도 앞으로는 공직자 등에게 1회 100만원 또는 1년(회계연도) 합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게도 안 된다.

직무 연관성이 있을 경우 원활한 직무 수행과 사교·의례 등의 이유로 허용되는 상한선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다. 하지만 3만·5만·10만원 조항도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대가성이나 부정청탁 소지가 있다면 불가능하다. 막상 법이 시행되면 대가성과 부정청탁 소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단속기관이나 국민 모두 혼선이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도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일일이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최석림 변호사는 26일 “직무 연관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강연을 나갈 경우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다”며 “시행 초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과 여러 명이 식사할 경우 1인당 식대는 n분의 1이 원칙이다. 관가와 기업 일각에서 편법을 통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간명한 해결책은 더치페이다. 1인당 3만원 초과 금액만 더치페이하는 것도 방법이다. 갹출도 조심해야 한다. 스승의 날에 학부모나 학생이 1만원씩 모아 30만원짜리 선물을 해도 안 된다(2~5배의 과태료 부과). 주는 사람은 1만원을 줬지만 받는 선생님 기준으로 상한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① 28일 이후 공무원 약속 취소, 부킹 20% 줄어든 골프장도
② “직무 관련인지 아닌지, 접대받는 사람은 잘 알 것”


직원이 법 위반을 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 대표도 처벌된다. 법인 대표는 임직원 교육을 평소에 철저히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오후 10시 이후 학원 수업을 단속하는 ‘학파라치’에 이어 김영란법 위반을 신고하는 ‘란파라치’가 등장할 조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사진 등 증거자료 없이 신고를 남발하면 오히려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기사 이미지

글=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