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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깨비 팀” LG 제국의 역습

중앙일보 2016.09.27 00:47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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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이 후반기 LG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류제국. [사진 김상선 기자]

“2016년 LG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깨비 팀이죠.”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류제국(33)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1994년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신바람 야구를 펼쳤다면 올해는 ‘도깨비 야구’를 하고 있다”며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 하나 없는데 이기는 것 보면 신기할 정도다. 어디까지 올라갈 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쌍둥이 질주 이끄는 캡틴 류제국
엄격한 팀 문화 바꾸고 싶어 주장 맡아
“특출난 선수 없지만 서로 믿고 의지”

올시즌 LG의 순위표를 보면 ‘도깨비 야구’란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월 한 때 2위까지 올랐던 LG의 순위는 지난 7월 8위로 곤두박질쳤다. 양상문(55) 감독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젊은 선수 중심의 팀 개편작업도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3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뒤 LG는 내리 9연승을 거뒀다. 결국 후반기에만 34승1무22패를 기록하며 4위로 올라섰다.

류제국은 “9연승을 시작하기 전 아직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가을야구가 얼마나 재밌는 축제인지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탄 LG는 27일 KIA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승리한다면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26일 현재 LG는 5위 KIA에 2경기 차로 앞선 상태다.

류제국은 올 초 시무식에서 2003년 이상훈(현 LG 피칭아카데미원장)에 이어 13년 만에 투수 출신 주장이 됐다. 그는 “LG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팀이었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위축돼 있는 게 안타까웠다. 팀 문화를 바꿔보고 싶어 주장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이 이어지자 팀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류제국은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내가 잘못된 길로 선수들을 이끄는 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심리 코치의 조언을 듣고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이 안정되자 류제국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류제국은 전반기에 5승8패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8승2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1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데뷔 첫 완봉승으로 시즌 13승(10패)째를 기록하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2012년 12승)도 갈아치웠다. 류제국은 “후반기들어 컷 패스트볼을 새로운 무기로 장착하고, 커브 제구가 잡히면서 타자와의 수싸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류제국의 커브는 직구(최고 시속 143㎞)보다 30㎞ 가량 느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쉽다. 채는 동작을 크게 하면서 제구까지 안정됐다. 커브를 주무기로 하는 후배 임정우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류제국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오른손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에 뽑힐 가능성도 높다. 

2002년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그는 2008년을 끝으로 미국 생활을 접었다. 군복무를 마친 뒤 2013년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입단 첫해 12승2패로 승률왕(0.857)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류제국은 "지난 3년간 내 야구에만 신경썼지만 주장이 되고 나선 팀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미국 야구를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류제국은 때론 직설화법으로 팀 사기를 끌어올린다. 지난 18일 수훈 선수로 단상에 섰을 땐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외쳤다. 팀 성적이 떨어지며 양상문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때는 “감독님과 함께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의 투지가 최고조로 올라와 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게 눈에 보인다. 지금의 기세라면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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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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