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10㎏ 원윤종·103㎏ 서영우, 100m 11초 뜁니다

중앙일보 2016.09.27 00:46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봅슬레이 대표 서영우(왼쪽)와 원윤종이 평창 알펜시아 실내 스타트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둘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평창=신인섭 기자]

“얼굴이 탔다고요? 그냥 햇볕이 강해서 그런 거 같은데….” 지난 20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연맹)의 피부는 구리빛에 가까웠다. 2015-16시즌 봅슬레이 월드컵 남자 2인승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태릉과 진천은 물론 평창·고창 등 전국을 누비며 훈련을 거듭한 탓이다. 두 선수는 썰매를 타기 어려운 여름철 뙤약볕 아래 하체를 다지고, 상체를 불리기 위해 하루 5~6시간씩 달리기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원윤종은 “6개월간 썰매를 안 탔다. 하루 빨리 썰매를 타고 달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이 개막하는 2018년 2월9일까지 꼭 500일이 남았다. 한국 썰매는 사상 첫 겨울올림픽 메달 획득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성결대 체육교육학과 선후배 사이로 나란히 체육 교사를 준비했던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0년 8월 선발전을 통해 봅슬레이 선수가 됐다. 그리고는 6년만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썰매 스타가 됐다. 주변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 겨울 수많은 시상식에 참가해 상을 받았다. 두 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도 준비중이다. 원윤종은 “우리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했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체육 교사 꿈꾸다 썰매 탄 선·후배
봅슬레이 불모지서 세계 1위 기적
“우리 얘기 영화 제작 된다니 영광”

대학 동문인 둘은 각각 역할이 있다. 후배인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힘차게 썰매를 밀면 선배인 파일럿 원윤종이 1500m 안팎의 트랙을 빠르게 내려오도록 조종을 맡는다. 성격도 정반대다. 서영우는 활발하고, 원윤종은 진중하다. 그렇지만 1년 중 300일 가량을 붙어있어도 크게 싸운 적 한 번 없을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다. 집에서는 선배 원윤종이 막내고, 후배 서영우는 3남매의 맏이다. 원윤종은 “썰매가 전복되면 원망도 많이 했을 거다. 그 때 마다 잘 참고 이겨낸 영우가 고맙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윤종 선배 앞에서 꾀도 많이 부렸는데 ‘큰 형’ 역할을 잘해주셨다”고 화답했다.

둘의 시작은 미약했다. 기량이 서툴러 망신도 당했다. 2010년 11월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는 레이스 도중 썰매가 전복돼 트랙을 깨뜨린 적도 있다. 서영우는 “대기실에서 외국 선수가 오면 괜히 자리를 비켜줄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둘은 3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메리카컵에서 국제 무대 첫 우승을 차지했다. 원윤종은 “이제는 그 트랙이 내 집처럼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꾸준하게 앞만 보고 달린 둘은 서서히 성장했다. 2013-14시즌엔 세계 19위, 2014-15시즌엔 10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 시즌 마침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섰다. 원윤종은 “처음엔 올림픽에만 나가보자는 마음이었다.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서 조금씩 발전했다”고 말했다.

둘은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하루에 8끼 이상씩 먹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요즘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완성된 몸을 만든 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단거리 육상 훈련 비중을 늘리면서 하체 근육을 탄탄하게 다졌다. 몸무게가 110㎏인 원윤종은 100m를 11초3, 103㎏인 서영우는 11초1에 주파한다. 원윤종은 스쿼트(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운동) 중량을 지난해보다 10㎏가량 올린 230㎏로 높였다. 원윤종은 “ 트랙 밖에서 달리기를 하고, 역기를 드는 것은 기록을 0.01초라도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서영우는 “올해 목표는 시즌 스타트 기록 평균 1위”라고 했다.

두 선수는 다음달 부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트랙에서 국산 썰매를 타고 실제 주행 연습을 시작한다. 경쟁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지난 시즌의 원윤종-서영우’다. 원윤종은 “세계 1위에 오른 게 ‘운은 아니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이젠 500일밖에 남지 않았다. 꼭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 그날까지 온 몸을 바쳐 달리겠다”고 했다.

평창=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