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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규제프리존이 뭔가요

중앙일보 2016.09.27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Q. 얼마 전 기사를 읽다가 규제프리존특별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처리될 것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규제프리존이 뭔가요.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미래 이끌 사업 규제 풀어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들자는 거죠

삼각김밥 유명한 일본 편의점 로손
직접 농사 지어 밥 관련 상품 개발
대기업 규제 없앤 정책 덕분에 가능

A. 틴틴 여러분. 용어 설명을 하기 전에 먼저 일본에서 팔리는 삼각김밥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사실 삼각김밥은 편의점 문화가 먼저 발달한 일본에서 80년대부터 선보였던 상품들입니다.

일본에서도 삼각김밥이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편의점 회사마다 내놓은 상품들의 평가도 다양합니다. 삼각김밥 중에서도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평가가 가장 많은데요. “쌀 알갱이가 하나하나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요.” “밥에 소금간이 골고루 퍼져 있어요”라는 식 평가가 많습니다. 고객들의 평가에 예민한 편의점 회사들도 쌀에 관심을 쏟기 시작합니다. 최고급 쌀로 만들어 가격이 일반 상품보다 2배 비싼 삼각김밥을 내놓기도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회사 로손(LAWSON)은 지난해 아예 벼농사까지 짓겠다고 발표했어요. 직접 쌀을 재배해서 믿을만한 재료로 고객에게 삼각김밥을 내놓겠다는 계획입니다. 로손의 발표는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왜냐고요. 그전에는 기업이 농업에 뛰어들려면 회사 고위직인 법인 임원의 4분의 1은 농민이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로손 같은 대기업은 시도하지 못할 일이었죠.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새로운 산업 진출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없애자는 정책에서 출발했어요. 이를 일본에서는 국가전략특구(國家戰略特區) 제도라고 부릅니다. 2012년 12월 출범한 지금의 아베 정부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며 과감한 규제 완화 정책을 시도한 결과입니다. 일본 전국에서 10개 권역을 뽑아 농업과 무인기(드론), 자율주행차 등 주제를 정해서 관련된 규제를 없앴습니다. 로손이 국가전략특구로 농업에 뛰어든 곳은 우리 동해 쪽에 있는 일본 중북부 니가타(新潟)시라 불리는 소도시 지역입니다. 일본 정부는 니가타에선 기업 임원 중 1명만 농업 종사자라도 농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허용해줬어요.

농업기계제조회사도 니가타에 공장을 설립하고는 밥 짓는 데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겨냥해 ‘밥 짓는 로봇’ 상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내에는 니가타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요리하는 고급 레스토랑들도 생겨났죠. 이런 형태의 1차·2차·3차 산업이 융합된 6차 산업이 활기를 찾고 청년층까지 몰려들면서, 니가타는 ‘농업의 수도’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죠.

일본의 특구 제도를 참고해 한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도한 정책이 규제프리존(free zone)입니다. 말 그대로 규제가 없는(free) 지역(zone)을 만들자는 계획에서 시작됐어요. 네거티브(negative) 규제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는데요, 하지 말아야 할 일만을 제시하고 허용 가능한 최대한의 자유를 사업에 보장하자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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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은 2015년 10월 지역경제발전방안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처음 보고된 후, 관계 부처 차관급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중앙·지방정부 간 협의와 수차례의 지역·권역별 설명회 등을 거쳐 골격이 완성됐습니다. 이런 골격을 바탕으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하는 형태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올해 3월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각 2개(세종시 1개)의 대표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키우기 위해 재정·금융 등 모든 규제를 맞춤형으로 풀어주는 지역발전 전략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해당 지자체가 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인 민관합동 특별위원회에서 승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정부는 규제에서 제외해주는 특례를 마련하고, 재정·세제·인력 등 각종 혜택을 마련해야 합니다.

규제프리존은 올해 5월 규제프리존 입법을 마치고, 맞춤형 세제·재정지원 정책도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 당시 입법에 실패했습니다. 상임위를 통과하고 3당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날인 5월 19일 처리하자고 합의까지 했지만 결국 보류돼 자동 폐기됐습니다. 그러나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5월 30일 제1호 법안으로 다시 제출됐습니다.

그동안 야당에선 관광·의료 등 서비스 분야 규제 완화를 반대했습니다. 이해 관계자와 갈등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화장품 전략산업지역에 기업이 이·미용업에 진출할 수 있는 특례를 만들기로 했지만 이·미용사 단체가 “대기업이 동네 미용실까지 진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만금 지역에 한해 대기업이 농업사업에도 진출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난 8월 강원도·충북도·세종시·광주광역시 등 야당 소속 단체장들까지 함께한 14명 시·도지사가 공동명의로 규제프리존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진전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도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규제프리존으로 시작되는 정부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계산을 했겠죠.

지역별로 규제프리존 주요 산업을 알아볼까요. 부산은 마리나 선박 대여업 허용 선박 기준을 5t 이상에서 2t 이상으로 완화해 레저 산업을 키울 예정입니다. 또 국제크루즈선을 이용하는 내국인 승객은 국내항 하선을 허용해 관광과 쇼핑을 활성화합니다.

대구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이 전략산업입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대구시장이 일반도로에도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줄 수 있습니다. SK와 삼성전자와 손잡고 IoT 시범도시도 시도합니다. IoT로 취합된 개인정보를 다른 지역에 비해 자유롭게 활용·가공할 수 있게 됩니다.

광주는 수소융합스테이션 구축을 추진해 규제를 풉니다. 전기차 충전기와 수소 충전소, 가솔린 주유기가 모두 달린 복합 시설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조성해보기로 했습니다. 또 풍력이나 연료전지를 도시공원 내 분산전원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 전력 에너지 산업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울산은 석유화학단지에서 원유의 정제물로 나오는 수소를 활용해 수소차 기반 시설을 확대합니다. 도로와 10m 떨어져 있어야 하는 충전소 시설 규제도 완화하고, 압력용기도 국내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수입 절차도 간소화합니다.

강원도는 의료기기가 밀집된 지역을 기반으로 웨어러블 기기로 진료 서비스를 하거나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벌입니다. 또 춘천의 삼악산 곤돌라리프트 조성에 민간 업체도 끌어들여 사업을 가속화할 예정입니다.

충남도는 태양광 산업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하천부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합니다. 국·공유재산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경우 최초 임대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또 농업생산기반시설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때 임대료를 인하해 줍니다.

충북도는 LG생활건강과 한불화장품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이 있는 점을 활용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에만 한정된 화장품 광고 범위를 확대하고 프리존 안에서는 복잡한 포장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전남도는 드론 산업 생태계를 꾸릴 예정입니다. 야간이나 장거리로 드론을 날릴 때 허가 절차를 간소화합니다. 또 농업진흥지역이던 간척지의 용도를 변경해 드론을 위한 종합비행성능시험장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농생명 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한 전라북도는 국가 식품 클러스터, 민간 육종 연구 단지를 활용해 농업 벨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새만금에는 대기업의 농업 회사 설립도 허용합니다.

경남도는 사천과 창원 중심으로 항공 기업이 밀집돼 있는 점을 살려 항공 산업을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산청군 농공단지 개발실시계획을 바꿔 항공 업체가 입주하면 건물 건축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입니다.

경북도는 철보다는 가볍고 알루미늄 합금보다 강한 금속 타이타늄 개발을 환경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진공인 밀폐 시설에서 제조되는 타이타늄은 시·도지사의 인정이 없더라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에서 제외합니다.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해 전기차 집중 육성 계획을 내놨습니다. 50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유해야 하는 대여사업 등록기준을 완화하고 전기 승합차의 버스 등록기준도 16명 이상에서 13명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6지역희망박람회에서는 규제프리존으로 일으킬 각 지역의 새로운 산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도별 전시관이 마련돼 영상물·체험관·모형 등 규제프리존을 통해서 변화되는 지역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는 형태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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