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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⑫ 이웃나라의 ‘김영란법’ 들여다봤더니

중앙일보 2016.09.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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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됩니다. ‘그냥 비싼 밥을 안 먹고 선물을 안 받으면 되잖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모호한 경우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좋은 취지의 법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중앙일보 제휴사인 일본 동양경제 인터넷판에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는 아무래도 우리와 다른 점이 많고,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일본의 사례가 더 직접적인 인사이트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해관계자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더치페이도 금지. 그러니까 이해관계자와 식사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안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지방공무원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직원윤리규칙’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주민으로부터 의혹이나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없는 범위라면 회의나 파티 등에서 음식물의 공여, 이해관계자와 더치페이를 하는 식사는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선 이해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고, 식사는 그것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공무원에게도 식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그 기준은 ‘주민의 의혹을 초래하지 않을 범위’라고 극히 애매하게 돼 있습니다.
 
 “밥을 사주겠다고 할 때는 ‘제가 잘릴 수 있기 때문에 각자 부담으로 부탁드립니다’라고 통상 거절하지만, 거절하는 게 무례한 분도 있어서 솔직히 그때그때 임기응변을 하고 있습니다.” (A씨)
 
 이같은 ‘각자부담주의’가 역으로 폐를 끼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모처럼 회사에서 경비처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각자 부담으로 하면 착복이 되고만다” “더치페이로 하더라도 내 몫에 대해서만 영수증을 끊을 수도 있는데 째째하게 보여 곤란하다”. 회사 경비를 쓰기 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식사를 함께 할 거래선을 찾는 사람도 있어서 각자부담이 최고의 방법인지 판단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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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긴자에 있는 고급 스시집 스키야바시 지로를 방문했다. 이 곳은 1인당 식사비가 3만엔(약 33만원)이 넘는다.


 그럼 접대를 받게 됐을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접대를 받게 될 때나 접대를 받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 때는 미리 선물을 준비해 둡니다.” (출판사 직원 B씨)
 “오늘은 신세를 지지만 다음엔 내가 사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그 다음 번에 초대합니다.” (종합상사 직원 C씨)
 “상대방이 시간여유가 있다면 2차를 가자고 해서 거기선 제가 냅니다.” (IT회사 직원 D씨)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답례를 한다는 사람이 압도적입니다. 가능하면 상대방에게 빚을 지지 않는 게 일을 하는 데 있어 철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장ㆍ나이ㆍ업종ㆍ거래처와의 관계 등에 따라 ‘지불 방법’의 규칙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하다가는 계속 얻어먹게 되고 심지어 유착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절도있는 교류가 될 수 있도록 ‘나만의 룰’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일본 사람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요^^ 혹시나 해서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문의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일본에는 ‘국가공무원윤리법’이란 게 있다는데요.
 
 ‘과장보좌급 이상의 국가공무원이 1회 5000엔(약 5만5000원) 이상의 접대나 공여를 받거나 주식거래를 한 경우에는 인사원 산하 국가공무원윤리심사회에 회부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렇지만 예외도 심심치 않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더 엄격한 법을 갖게 됐으니 잘 지켜서 세계의 모범 케이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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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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