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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파워 솔로…시장 흔드는 막강 파워

중앙일보 2016.09.2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세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27.2%)을 차지하며 520만 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비율은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1인 가구 520만명 시대
간편식 시장규모만 2조원 넘어
가구 하나로 옷장·화장대 활용
1인 가구용 간편 이사 서비스도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와 사는 모습부터 다르다. 혼자 먹고, 입고, 즐기다 보니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라는 산업사회의 기본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1인 가구의 35%는 소비를 주도하는 ‘2030세대’다. 나를 위한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통계청이 2014년 조사한 가구별 소비 성향을 살펴보면, 1인 가구의 소비 성향은 80.5%로 전체 평균(73.6%)을 앞섰다. 가구원 수별 1인 당 소비 규모 역시 1인 가구가 92만원으로 월등히 높다.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 규모가 2030년경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전체 민간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나홀로족’에서 ‘파워 솔로’로의 진화에 가속도가 붙으며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 업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옥션은 이사 전문 업체인 ‘이사 말고 짐카’와 함께 1인 가구를 위한 반포장 이사 서비스를 내놨다. 4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짐이 적지만 비슷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점을 노렸다. 상품을 A형(0.5t)과 B형(1t)으로 나눠 짐의 양에 따라 기본비용을 정하고, 이동 거리별로 추가 금액을 책정해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 솔로를 위한 맞춤형 가구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 가지 제품을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멀티 유즈 가구가 많이 등장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파워 솔로는 대부분 원룸 같은 소형 주택에 살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가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며 “가구 하나로 화장대·수납장·옷장·옷걸이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구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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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업계에선 혼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추세다. CJ푸드빌 제일제면소도 파워 솔로를 위한 샤브샤브를 내놨다. 1인 좌석에 별도의 육수 냄비가 있고 푸드레일에서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된다. 죠스떡볶이는 떡볶이·튀김·순대 등 다양한 분식 메뉴를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1인 세트 메뉴를 선보였다. 맥도날드도 파워 솔로 모시기에 나섰다. 새로 짓는 매장엔 이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서울 홍대점과 이태원점 매장 내부에 1인 좌석이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혼자 식사를 하면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와이파이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주류 업계는 ‘혼술(혼자 술먹기)’, ‘홈술(집에서 술먹기)’족을 잡기 위해 용기(容器) 다이어트에 나섰다. 한 병을 사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잔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한 변화다. 위스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는 200ml 소용량 ‘조니워커 레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롯데주류는 지난 7월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를 7도로 낮추고 캔에 담아 375ml로 용량을 줄인 ‘스카치블루 하이볼’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가 한때는 접대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업소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인 가구와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변화가 계속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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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장 식재료도 늘고 있다. 토막 갈치, 반 마리 고등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요리 별로 필요한 채소를 여러가지 모아 소포장한 ‘간편 채소’도 나오고 있다. 여러가지 채소를 레시피에 맞는 비율과 크기로 절단하고 세척한 제품이다.

1인 가구가 주 타깃인 편의점에선 아이디어 싸움이 더욱 치열하다. 도시락·즉석식품 등에 이어 최근엔 많이 사놓으면 버리는 과일까지 주요 경쟁 제품으로 떠올랐다.

CU는 올해 초 ‘과일 한컵 달콤한 믹스·새콤한 믹스’를 출시했다. 여러 가지 과일을 세척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컵에 담은 제품이다. 지난달 매출이 출시 월 대비 40%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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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된 재료를 끓이거나 밀봉 상태로 데우기만 하면 먹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세도 무섭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2011년 8000억원 였던 간편식 시장은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커졌고, 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본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워 솔로를 겨냥한 서비스와 제품이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 하나인 간편식만 해도 한국 1인 소비량이 아직 일본의 30분의 1 수준이라 고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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