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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하려면 "차 고쳐오라"는 환경부

중앙일보 2016.09.26 18:41
경기도 고양에 사는 이모씨는 연식이 2003년인 경유차 화물차를 지난 봄 '조기폐차'했다. 조기폐차란 연식이 2005년 이전인 경유차를 차주가 일찍 폐차하기로 결정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차의 잔존가를 지원하는 제도다. 2005년 이전 경유차는 배출가스저감장치(DPF)가 부착되지 않아 이후에 생산된 경유차보다 배출가스를 8.1배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폐차는 정부가 노후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다.

관련 법규 "정밀검사 합격차량만 신청 가능"
신창현 의원 "국민 이중부담이자 탁상행정"

그런데 이씨는 조기폐차 지원을 받기에 앞서 수십 만원을 내고 자동차 흡입기를 청소하고 연료라인을 수리해야 했다. 당장 폐차할 차를 왜 수리해야 했을까.

허용 기준보다 배출가스를 더 많이 뿜었기 때문이었다. 배출가스를 많이 뿜어 정부가 폐차를 권유하는 것인데, 정작 폐차를 하려면 기준 이내로 배출가스를 줄여야 하는 셈이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련 규칙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소개한 사례다.

신창현 의원은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차량부터 폐차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일반 정비를 통해선 배출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운 경유차에게 배출기준을 맞춰서 오라는 것은 이중부담이자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관련 법규 때문이다. 조기폐차 지원 정책의 근거인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기폐차를 신청할 수 있는 경유차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정밀검사의 결과 적합판정을 받은 차'여야 한다. 이외의 조건은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에 2년 이상 연속해 등록돼 있고 ▶최종 소유자가 보조금 신청일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소유하고 있으며 ▶정부보조금을 받아 저감장치 부착 및 엔진개조를 한 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조기폐차 지원 신청 대상이 된다.

이씨 차는 지난 1월 검사에서 배출가스가 허용기준인 '20%'를 초과한 '22%' 나왔다. 이씨는 수리를 마친 뒤 지난 2월에 받은 재검사에서 배출가스가 '18%'로 허용 기준 안에 든 이후에야 조기폐차를 재신청할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미세먼지 특별관리대책'을 내놓으며 노후 경유차에 대해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부착보다는 조기폐차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조기폐차의 효율성이 훨씬 높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서다. 그러면서 조기폐차시 지원하는 보조금도 확대했다. 2000~2005년 경유차는 잔존가의 85%만 보조금으로 지급하던 것을 100%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밀검사 적합 판정을 받은 차'라는 요건은 그대로다.

신창현 의원실의 이정환 보좌관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신해 조기폐차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따르면 이런 사례가 연간 수십건에 이른다"며 "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당장 폐차할 차에 수리비를 들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되 조기폐차 지원 사업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한 차는 지원금을 일정 정도 차등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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