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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면 혼합형 대출이 위험하다?

중앙일보 2016.09.26 18:28
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 각 은행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인 혼합형 상품의 구조다. ‘고정이냐 변동이냐’를 둘러싼 소비자와 은행의 고민을 줄여주는 대안으로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는 ‘금리가 지금보단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저금리일 것’이라 보고 혼합형을 택했다. 은행은 금융당국에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10년, 20년 후의 금리 리스크는 피할 수 있어서 혼합형 판매에 열을 올렸다. 2010년 말 12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혼합형 대출 잔액은 97조5000억원(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실적의 58.6%가 혼합형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신한은행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에도 공지하지 않고 조용히 판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금융감독원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혼합형 대출은 신한은행의 인기 주담대 상품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이라며 “최근에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고 있어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는) 5년 뒤에 소비자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혼합형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다고 가정하면 5년이 지나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 혼합형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금리 수준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측은 “창구에서 고객들에게 5년 만기 고정금리 상품도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합형 대출이 금리인상기에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나왔다. 혼합형은 언뜻 보면 고정과 변동의 장점을 섞은 ‘짬짜면’ 같지만 사실은 금리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5년 뒤로 미뤄놓은 ‘무늬만 고정금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 연말까지 주담대의 40%를 고정금리로 채우라는 목표치를 할당받은 은행들은 혼합형 대출의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며 판매를 늘려왔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미 목표치를 거의 채운데다(6월 말 기준 38.8%)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금리 인상 신호가 강해지자 은행들이 주춤하고 있다. 신한은행 외의 다른 시중은행은 아직 혼합형 판매를 중단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혼합형 대출의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판매를 줄여가고 있다. 각 은행의 혼합형 대출 금리는 올 하반기 들어 0.2~0.3%포인트 올렸다.

혼합형 대출 조이기가 은행 측이 설명하는 대로 소비자의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실제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그동안 금리 인하로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한 고객들이 손해를 봤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향후 5년간은 은행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판매 중단은 은행 측의 리스크 회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이 내부적인 이유로 혼합형 대출 판매를 줄이면서 정부 정책을 핑계로 삼고 있다고 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혼합형 대출이 5년이 지나면 금리변동의 위험에 노출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때 가서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정이냐 변동이냐는 금리 흐름보다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금리 변동에 따른 유불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금융연구실장은 “미국 영향으로 금리가 들썩거리더라도 큰 폭의 상승추세는 어려워보인다”며 “자신의 성향이 안정지향적이라면 고정, 어느 정도 변동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변동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강형구 국장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낮춰서 소비자가 고정에서 변동, 변동에서 고정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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