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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미술관 연중무휴가 꼭 좋을까?

중앙일보 2016.09.26 00:35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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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왕궁이었던 루브르가 국민의 소유가 되고 1793년 공공 박물관으로 문을 연 것을 시초로 박물관·미술관의 중요한 요소는 그 공공성이다.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미술관을 연중무휴로 하겠다는 계획도 그런 공공성의 맥락일 것이다. 10월 1일부터 우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사진)의 주 1회 정기휴관이 없어지고 필요한 인력 확충 등을 위해 15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연중무휴로 인한 비용을 과연 얼마나 신중히 고려한 것일까? 정부가 휴관일을 없앤 예로 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경우 워낙 외국 관광객들이 쇄도하니 비용에도 불구하고 휴관일을 없애 분산시켜야 할 필요가 강했다. 파리의 루브르와 오르세 역시 밀려드는 관람객 분산을 위해 2014년 정기 휴관일을 없애려고 했다. 그런데 미술관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전시 작품과 시설 관리를 휴관일 없이 야간작업으로만 한다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인력 비용도 훨씬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루브르처럼 광대한 박물관의 경우 박물관을 연 상태에서 번갈아 가며 전시실 몇 개를 닫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휴관일이 없으면 더 많은 전시실을 닫아야 하니 오히려 관람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루브르와 오르세는 여전히 휴관일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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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의 박물관·미술관은 어떤가? 규모가 큰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서의 예처럼 부분적으로 전시실을 닫고 유물과 시설을 관리하며 연중무휴로 할 수 있다고 해도 민속박물관,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그게 가능할까? 이미 국 현 관계자들 사이에는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물이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고 자주 교체되지 않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의 경우 연중무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국현 서울관에는 상설 전시가 없다. 현대미술관은 생물과도 같아서 계속 전시 작품을 교체해야 하며, 더구나 관객 참여형 미술, 미디어아트 등은 끊임없이 손을 보아야 한다. 이것을 어떻게 모두 야간작업으로 할 수 있나?”

정부는 이번 연중무휴 운영으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지만 운영 시간을 늘려서 창출하는 고용이 과연 학예사 등의 전문지식 인력인지도 궁금하다. 지금 한국 문화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늘어난 고학력 전문지식 인력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아닐까? 섬세한 접근이 아쉬워지는 상황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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