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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계획 수립 손도 못 대요” 투자시계 멈춘 롯데

중앙일보 2016.09.26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지금쯤이면 내년 투자계획이 수립돼야 하는데, 손도 못대고 있어요.”

6월 검찰 수사 시작된 뒤 속앓이
호텔 롯데 상장 등 개혁도 제동

25일 롯데 고위 관계자는 “경영적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보통 전년도 하반기에 모두 확정이 되는데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아직 투자 계획과 관련한 어떤 업무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는 매년 7조원가량을 국내외에 투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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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신동빈 회장을 소환 조사한 검찰이 닷새째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롯데의 초조감은 깊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일선 수사팀은 신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는 주력 사업이 유통·서비스·식품 등 내수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 두루 진출해 있다. 총 5개 사업 부문에 18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직간접 고용인원까지 모두치면 35만 명에 달한다. 유통·서비스산업 고용계수(매출 10억원 당 고용유발 인원)가 12.6명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의 매출이 1%인 1조원만 줄어들어도 12만6000명의 취업가능 인구가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도 신사업 투자계획이 잡히지 않은 만큼, 그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도 이미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시 그룹 개혁 작업이 중단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호텔 롯데 상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 롯데는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9.3%를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가 갖고 있다. 일본 주주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롯데는 상장 시 56%까지 일본 롯데의 지분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상장을 추진해왔다. 당초 신 회장은 상반기까지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검찰 수사로 무산된 상태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배임이나 횡령 혐의로 구속 된다면 호텔롯데 상장은 4~5년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분식회계나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드러난 비상장사는 3년간 상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기간은 1~2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오너 구속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일본의 관례에 따라 신 회장이 사임하면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호텔롯데 상장이 영영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퍼지고 있다.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친족경영·일감 몰아주기 등 적폐해소를 위한 노력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고 우려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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