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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용 재난 매뉴얼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6.09.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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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방재 한글판 표지 사진

경주 지진 이후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재난 매뉴얼 책자 『도쿄방재(防災)』가 시각장애인용 점자판으로 만들어진다.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도쿄도가 제작을 미루자 70대 자원봉사자가 직접 점자 번역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도쿄신문은 25일 도쿄 나가노(中野)구에 사는 점자 번역 자원봉사자 다무라 가즈에(田村和枝·72)가 총 4권, 432쪽 분량의 점자판을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다무라는 지난해 말 시각장애인 친구로부터 “집에 『도쿄방재』가 배달됐지만 읽을 수 없어 내용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바로 도쿄도에 문의했지만 “점자판이 없다. 예산이 없다”는 소극적인 답변을 들었다.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한 그는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두 달에 걸쳐 점자 번역을 끝마쳤다. 사비를 들여 점자판 3세트를 만들어 시각장애인 3명에게 선물했다.

도쿄도는 지난해 9월 지진 발생 직후의 행동 요령과 피난, 피난 생활, 생활 재건의 지침을 담은 『도쿄방재』 750만부를 제작해 도민들에게 무료 배포했다. 각 페이지 ‘음성 코드’에 전용 단말기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책자 4만부도 따로 마련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의 조작이 서툴거나 귀가 불편한 고령의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란 지적을 받았다. 사사가와 요시히코(笹川吉彦) 도쿄도 맹인복지협회 회장은 “장애인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다르다”며 “일방적인 대응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결국 도쿄도는 500만 엔(약 55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점자판과 CD, 카세트 테이프를 각각 200부씩 제작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도내 기초자치단체 도서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도쿄방재』는 한국어·영어·중국어로도 번역됐으며 일본 시중 서점에서 140엔(약 1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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