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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서 만취해 상사 집에서 추락사…업무상 재해될까

중앙일보 2016.09.25 12:36

코레일 직원 A씨는 2014년 7월 근무하는 역의 부역장 부임을 축하하는 회식자리에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2차까지 끝난 뒤 만취한 A씨를 그냥 보내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상사 B씨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거실에 A씨의 잠자리를 봐 줬다. 방 안에서 자던 B씨는 ‘퍽’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고 A씨가 10층인 자신의 집 베란다 밑으로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숨진 뒤였다. 부검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6%. 경찰은 A씨가 술에 취한 채 발을 헛디뎌 추락해 숨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장례를 마친 A씨의 아내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회식의 성격이었다. 법원은 근로자가 참가한 행사의 장소가 회사 내인 경우에는 쉽게 행사 참가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행사 장소가 회사 외부인 경우엔 그 행사나 모임의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인지’를 까다롭게 따진다. 판례는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ㆍ목적ㆍ내용, 참가 인원과 참가의 강제성 여부, 운영 방법 및 비용 부담 등의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순욱)은 A씨 아내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로복지공단의 거부처분을 취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식이 사전에 공지됐고, A씨의 상사가 회식 전 자신의 상관에게 구두로 회식 개최를 보고했다. 일부 다른 부서 직원도 참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적 업무에 관한 회식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고를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은 사적인 영역이 아닌 회식이라는 업무의 영역에서 비롯됐다”며 “회식이 이뤄진 시ㆍ공간을 벗어나 B씨의 집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회식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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