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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의 실리콘밸리 통신] 집값 상승, 교통체증에 지역민과 갈등 겪는 ‘실리콘밸리’

중앙일보 2016.09.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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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를 연결하는 실리콘밸리의 동맥인 101번 고속도로.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IT기업이 많아지면서 극심한 상습정체로 몸삼을 앓고 있다. [사진=머큐리뉴스]

21세기 혁신 경제의 아이콘 실리콘밸리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지역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변화로, 기존 주민들이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25일 뉴욕타임스ㆍ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팰로앨토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가를 배출한 스탠퍼드대가 자리잡고 있고, 테슬라ㆍ팔란티어 등의 본사가 위치한 우주항공ㆍ정보통신 연구 중심지다.

팰로앨토에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IT붐 기간에 약 6500㎡ 이상의 레스토랑 공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스타트업ㆍ벤처캐피털 등이 들어섰다. 레스토랑이 줄어든 까닭은 우선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팰로앨토 상업지역의 임대료는 4년 전보다 60% 가량 올랐다. 지가가 오르면서 주변환경 개선비, 주차지원비 등 상업지역에 부과하는 세금과 제반비용도 덩달아 상승했다.

레스토랑에서 일할 전문 요리사를 찾기도 힘들어진 것도 이유다. 실리콘밸리 주요 IT기업들이 수준급 요리사를 고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ㆍ페이스북 등은 직원 복지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최고급 식사를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IT기업들의 사세가 확장하고 고임금의 전문인력이 유입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IT기업들 때문에 집값ㆍ물가가 상승해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미 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매 주택 중간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새너제이(108만 5000달러)였다. 이 가격이 100만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전년보다 10.7% 오른 수치다. 2위가 샌프란시스코(88만5600달러)였다. 두 곳 모두 실리콘밸리의 핵심 도시다.

IT기업이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이들이 많은 혜택을 받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주요 IT기업들이 운영하는 직원 출퇴근용 셔틀버스다. 주민들은 셔틀버스가 일반 버스 정거장에 맘대로 설 수 있는 게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차가 막혀 장을 보러가거나,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데 애로를 겪는다. 이에 셔틀버스 운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때로는 기물 파손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IT업체가 많이 몰려있는 마운틴뷰ㆍ서니베일ㆍ멘로파크ㆍ레드우드시티ㆍ팰로앨토 등은 극심한 차량정체와 주차난으로 유명하다. IT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건물신축, 직원채용도 함께 늘어나 해마다 혼잡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저스틴 켈러라는 기업인이 자신의 링크드인에 "부자들은 비싼 도시 안에서 살 권리가 있다. 출퇴근 길에 노숙자들의 고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려 지역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지만, 그들이 바꾼 세상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의 번영이 지역 공동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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