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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해임안 통과 유감”… 野 “장관 인정 못해”

중앙선데이 2016.09.25 01:51 498호 1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전날 열린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워크숍에 참석했다.(뒷줄 오른쪽 둘째) 이날 박 대통령은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해임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100여 명의 장차관, 처장, 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다. 야당은 또 한번 반발했고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재수 장관 참석한 워크숍서 수용 불가 뜻 밝혀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비상 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는 건 헌정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17분간 이어진 발언에서 수차례에 걸쳐 국회를 비판했다. 그는 “‘일각이 여삼추’(짧은 시간이 3년 같다)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3년이 짧은 시간 같다)이라고 느낄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다”고 지적했다. 또 “민생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 보인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한시도 개인적인, 사사로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에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23일 금융노조 총파업과 다음주 예고된 철도노조 등의 파업에 대해 “가뜩이나 국가경제도 어렵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장차관들께서는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대화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는 대통령 말씀은 아직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은 김 장관을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 건의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은 건의안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해임건의 당사자인 김재수 장관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해임건의안 가결 직후 “저에게 제기된 의혹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생각한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직접 해임건의안 불수용 입장을 밝히자 야당은 반발했다. 본격적인 정기국회 정국을 앞두고 ‘거야(巨野)’의 위력을 보인 이상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기류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해임건의안을 가결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장관 대접을 해주면 정략적으로 건의안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우병우 민정수석과 박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를 감싸고 돌고, 국회가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린 김재수 장관 후보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론 분열을 초래한 장본인은 야당이 아니라 바로 박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이 거부되면 국민들은 야당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고 대통령 스스로 정국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임건의안 가결 저지에 실패한 새누리당도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새벽엔 해임건의안 무효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즉각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장이란 분이 선두에 서 국회법을 무시하고 협치를 파괴했다”며 “야당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어떤 국회 활동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 임기가 3년8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번 해임건의안 가결 사태가 거야의 횡포를 막는 첫 시험대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은 해임안 가결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정진석 원내대표를 박수로 재신임했다.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바꿀 수 없다는 당내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야당은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갈등이 오래갈 것 같다. 탈출구가 안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충형·유성운 기자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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