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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국내정치는 양립할 수 없나

중앙선데이 2016.09.25 01:27 498호 18면 지면보기
세계화가 위협받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미 과거형이고 트럼프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며, 유럽의 우경화는 현재진행형인 동시에 미래형이다. 세계화가 위협받는 배경을 단순화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대중들의 불만이 세계화 반대로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반세계화 운동의 결집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세계화와 국내정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한계를 들 수 있다. 세계화는 글로벌 시장의 통합을 향해가고 있는데 국내 정치와 정책은 주권국가의 국경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경제의 정치적 트릴레마(Trillemma)’로 이 문제를 설명한다. 세계화와 국가주권·민주정치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으며 세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주권이나 민주정치를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화 흐름에서 성공하기 위해 국가가 외국인투자 자유화 등 글로벌 룰에 국내정책을 맞추면(세계화와 국가주권을 선택) 경쟁에서 패배하는 집단이 생겨나게 마련이고, 정부가 다수의 지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세계화와 민주주의를 택하는 정부의 경우 미국의 연방제가 확대된 형태를 띄게 되며 이 때 국가의 주권은 상당히 제약받게 된다. 세계경제 통합에 대한 의구심 커져올 6월 하순 일어난 브렉시트 역시 세계화와 국내정치가 충돌한 예다. 영국 정부가 난민문제나 경제적 부담을 포함한 여러 사안에서 유럽연합(EU)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국가주권과 민주주의가 손상된 것에 대해 영국 국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이른바 구글세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달 말 EU는 애플에 130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EU 규정을 어기고 애플의 세금을 깎아줬으니 토해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는 EU가 회원국의 조세주권을 침해했다며 수용을 거부하고 EU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일랜드 내에서는 아예 이 참에 EU를 탈퇴하자는 이렉시트(Irexit) 주장도 나온다. 세계화라는 입장에서 볼 때 EU의 결정이 옳다고 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아일랜드의 국가주권과 양립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신민영의 거시경제 읽기

지금까지 세계화라는 것은 국내정치를 다소 양보하고 세계 경제에 우선권을 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교역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났고,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중심축이 되는 국가의 존재, 안정된 게임 룰을 제공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세계경제의 통합 심화와 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이는 결국 글로벌 경제를 국내정치에 우선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최근 반세계화 움직임에서 나타나듯이 글로벌 경제의 통합 심화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세계화는 선(善)이고 이에 반대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가 항상 정답은 아니고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반대 움직임이 과거와 달리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어 제도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국내정치에 대한 세계화의 우위는 다소간 약화될 수가 있다.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 늘어날 수도세계화와 국내정치간의 관계가 변화할 여지도 생기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감속하는 한편 새로이 중국식의 세계화가 모색되고 있다. 중국은 금융시스템이나 정책 결정과정에서 정부가 지배적인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세계화 주도국들과 경제구조나 철학이 다르다. 이 때 세계화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국내정치와의 충돌이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세계화 룰을 합의하는 것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힘의 공백이 생기고 세계화 추진방향에 혼선이 나타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한 공식적인 분쟁해결 절차가 유명무실해지고, 주요국의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가 늘어나면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반세계화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고 있지만, 세계화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돼왔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난 것 역시 사실이고 세계화가 변화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그 동안 각국 정부가 세계화에만 주력했다면 이제 세계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부작용을 치유하고, 아울러 세계화의 변화 방향을 살펴가면서 세계화와 국내정치 혹은 정책 간의 조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신민영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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