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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원 못 찾고 원주민과 갈등 준비 안 된 귀농인 ‘다시 도시로’

중앙선데이 2016.09.25 01:18 498호 10면 지면보기

진안 원연장마을 마을기업 ‘꽃잔디밥상’은 외지인을 상대로 친환경 음식을 팔고 있다. 귀농인 김재현(뒷줄 오른쪽)· 신지연(뒷줄 왼쪽) 부부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특산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귀농하면 새로운 생활이 펼쳐질 줄 알았기에 절망감이 더 컸어요.” 2014년 충남 홍성으로 귀농했다가 1년6개월 만에 서울로 돌아온 김민주(35)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귀농 전부터 농업 워크숍 등에 꾸준히 참가해 준비해 왔던 김씨에게 귀농 실패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김씨와 지인 2명은 1980㎡(600평) 규모의 교육농장(농촌 체험학습 교육을 하는 농장) 법인을 설립해 귀농했다. 자유로운 삶을 원해 귀농한 것인데 주변의 간섭이 컸다. 김씨는 “청년 귀농인은 이래야 한다며 틀을 짜놓고 간섭하는 일부 주민 때문에 구속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증가 속 5~10%는 ‘유턴

귀농·귀촌을 시도했다 다시 도시로 재이주하는 역귀농·귀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씨처럼 주민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가장 많다. 수입원이나 소득이 변변치 않아 돌아오는 경우도 잦다. 교육시설 및 문화 인프라 부족도 걸림돌이다.



귀농·귀촌 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 가구는 1만1959가구로 전년 대비 1201가구(11.2%) 증가했다. 귀촌 가구도 31만7409가구로 전년 대비 1만8052가구(6%) 늘었다. 반면 아직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역귀농·귀촌 현상 역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마상진 연구위원은 “역귀농·귀촌 관련 연구와 통계는 그 문제점을 파악한 지 얼마 안 돼 부족하다”며 “그간 산발적으로 나온 통계를 종합해 보면 통상 5~10%의 귀농·귀촌인이 역귀농·귀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정연구센터의 2014년 조사 결과 2010~2011년에 새로 귀농·귀촌한 사람 가운데 다시 도시로 돌아오거나 다른 농촌으로 재이주하는 비율은 10.7%였다. 또 전라북도와 농림부가 2010~2012년 전북 지역 귀농·귀촌 가구를 대상으로 정착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시로 되돌아간 가구가 같은 기간 귀농·귀촌 한 가구의 8.3%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귀농·귀촌인 중 8.6%가 도시로 재이주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광주로 귀촌한 지 4년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온 이모(53)씨는 귀촌 전엔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권유로 덜컥 땅부터 사 귀촌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자신이 보유한 특화된 농업기술도 없었을 뿐더러 판로 개척 역시 어려웠다. 농작물을 지인에게 파는 식으로 소소한 수입을 얻었다. 1년에 고작 100만~200만원가량의 돈이 떨어졌다. 투잡은 필수였다. 간간이 서울로 출퇴근하며 프리랜서 일을 병행했지만 한계가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통학 문제도 복잡해지자 이씨는 결국 도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자본금이나 뚜렷한 비전 없이 내려온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원주민과의 관계가 귀농 성패 좌우 이씨처럼 역귀농·귀촌을 선택한 주원인은 소득원이나 귀농·귀촌 환경에 대한 사전 준비나 교육이 부족한 것이다. 2012년 농촌경제연구원의 ‘귀촌과 지역공동체 육성 정책의 연계 추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 귀농·귀촌 담당자들은 정착 실패 원인의 1위로 농업 소득원 확보 문제를, 2위로 정보 및 교육 부족을 들었다. 역귀농·귀촌 사례를 연구했던 한 연구원 역시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고, 지역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떠나는 경우’가 가장 흔한 도시로의 재이주 원인이라고 밝혔다. 농사에 필요한 노동력, 투자비용, 판로 및 수익에 대한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없었다는 뜻이다. 농사를 통한 수익 창출이 주요 동기가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 환경이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는 귀농·귀촌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강원도로 귀농한 지 2년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온 박모(48)씨는 해당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지 않는 블루베리를 선택했다가 실패했다. 지역 어른들은 처음엔 참견했다가 박씨가 밀어붙이자 ‘어디 잘되나 보자’는 식의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가치관이 다른 노령층과 다닥다닥 붙어 지내려니 사생활 간섭도 심했다”고 극심했던 스트레스를 떠올렸다. 노크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은 다반사였다. 원주민과 융화되지 못한 박씨는 결국 귀농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역귀농·귀촌 연구 의향’ 논문에서도 주민과의 관계는 역귀농·귀촌 의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혔다. 주민과의 왕래가 잦을수록, 갈등 경험이 없을수록 역귀농·귀촌 의향이 낮았다. 2인 이하 귀농 가구는 전체의 대다수(83.8%)를 차지한다. 의지할 가족이나 동거인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과의 관계는 귀농·귀촌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세대 갈등은 극단적으로 돌출된다. 경상북도로 귀농했다가 1년 만에 돌아온 김승연(37)씨는 역귀농을 결심한 계기가 고령자와의 세대 갈등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다 마을 어른이 시킨 담배 심부름에 볼멘소리를 하자 김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마을에 퍼졌다. 젊은 김씨로선 정당한 반응이었는지 몰라도 마을의 오래된 서열문화를 건드린 셈이 됐다. 김씨는 “설사 갈등이 생기더라도 스트레스를 함께 풀 또래 그룹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마을은 30대 귀농자가 4명뿐이라 고립감을 느꼈다. 70대 이상의 마을 어른뿐만 아니라 40~50대인 1세대 귀농 그룹과 어울리는 것 역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귀농 가구주의 연령은 50대(40.3%), 60대 이상 (30.1%), 40대 이하(29.6%) 순으로 많지만 농촌의 기존 주민은 60대 이상(61.8%), 50대(24.4%), 40대 이하(14.7%) 순이다. 또 귀농·귀촌인의 55.5%가 대졸 이상의 학력이었지만 기존 농업인의 65.2%가 중졸 이하의 학력이다.



자금 위주에서 소프트웨어 지원으로 바꿔야 현재 정부의 귀농·귀촌 지원은 정책자금 융자 등 경제 지원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도시로 재이주한 사람들은 시설 지원과 같은 하드웨어 정책보다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소프트웨어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의 갈등 원인 중 하나는 원주민들이 역차별당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이 자금 지원 위주로 짜여 있다 보니 ‘귀농·귀촌인들은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데 자신들은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원주민 사이에서 생겨나기 쉽다. 채상헌 연암대 교수는 “지금처럼 과열된 귀농·귀촌 정책 홍보는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모두에게 불만을 안긴다”며 “원주민들에게 귀농인은 자신의 파이를 뺏어가는 경쟁자가 아닌 이인삼각 경기 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른바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유도하려면 무엇보다 ‘갈등 관리’가 중요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재이주하지 않도록 농외소득을 확보할 경로도 다양해져야 한다. 2015년 농외소득은 1494만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진안군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던 구자인 충남연구원 박사는 “농업만으로는 농촌에서 먹고살기 어려운 구조이며 농산물 가공, 직거래 유통, 문화예술 등으로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이우연 인턴기자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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