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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약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6.09.25 00:39 498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이 병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낫나요?” 질병을 처음 진단 받을 때 환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이런 환자들은 이어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그 병에는 뭐를 먹는 것이 좋다면서요?”, “누가 이 병에 좋다고 선물해줬는데 먹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환자들의 질문의 의미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에 대한 일반적인 식사 지침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약 말고 특효가 있는 그 무엇을 가르쳐달라는 얘기다.


요즘 웰빙가에선

TV 건강관련 프로그램에선 의사를 포함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특정 먹거리에 대한 집중분석을 한다.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자 그럼 이 병의 특효약을 공개합니다”란 코너이다. 예전에는 ‘~라더라’는 입소문에 의존했지만, 요즘은 늘어난 TV채널만큼이나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각종 통신수단을 통해 전파되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필자의 경험상, 과학적으로 증거가 충분치 않은 식재료에 대한 의학적 효능을 얘기해달라는 질문은 참으로 난감하다. 질병에 특효인 음식 몇 개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은 더욱 곤란하다. 나름의 의학적 근거를 찾으려 논문들을 뒤져보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외여행 때 건강보조제 코너에서 국내 TV에서 방영된 건강관련 프로그램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식품성분이 나왔던 것을 홍보용으로 보여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의사들이 그 식품의 좋은 점을 돌아가며 선전해주는 모양새가 돼버린 듯해서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특정 음식이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그 음식이 함유하는 특정 영양성분을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강한 상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TV에서 본 당뇨병 치료 특효 식품을 보고 병원처방약을 임의로 끊은 채 매 끼니마다 그 식품의 농축액을 달여먹은 후에 병원에 와서 혈당이 엄청 좋아졌을 거라 자신하는 환자를 봤다. 하지만 공복혈당 300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빈혈이 있어 철분제를 처방하려니 약은 몸에 해롭다며 천연성분의 철분보조제를 먹겠다고 갔다가 전혀 호전이 되지 않은 것을 혈액검사로 확인하고서야 약처방을 받아간 환자도 있다. ‘약을 계속 먹으면 몸이 상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환자들의 입장에선 ‘이건 근거가 없습니다’라는 전문가의 딱딱한 말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비전문가의 말이 더 솔깃할 수밖에 없다.



TV에 나오는 내용들이 다 틀렸으니 절대 따라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각종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제대로 된 영양요법은 약물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잘 찾아먹는 것은 필요하다. 필자 역시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영양요법에 대한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다만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서 특정 음식을 맹신하며 편중되게 섭취할 필요는 없다. 뭘 먹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음식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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