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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인공지능 로봇 감독하는 병원, 가능할까

중앙선데이 2016.09.25 00:33 498호 27면 지면보기

IBM은 왓슨 온콜로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300여 의학전문 학술지, 200여 의학교과서, 1000만여 의료문건을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던 김길동씨가 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온 것이다. 요새 부쩍 컨디션이 안 좋아서 염려하고 있었는데, 간·심장·눈 질환이 의심되니 정밀진단을 권한다고 씌어있다. 별수 없이 대형 종합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예전 경험으로 보아 예약 환자가 많아서 몇 주일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기다리다가 병세가 악화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물끄러미 곁에서 보고 있던 로봇 코다가 조심스레 제안한다. 인공지능(AI) 로봇들이 진료를 돕는 종합병원이 있는데 거기로 한번 가보자는 것이다. 접수·검사·진단·처방까지 모두 인공지능 로봇들이 하고, 의사는 로봇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병원이라고 한다. 많은 로봇들이 동시에 진료하기 때문에, 대기 환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더구나 그 병원에 다녀온 사람에 의하면 로봇들이 오히려 의사보다 최신 의학정보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이도헌의 크로스 휴먼 -6-] 인공지능 의료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암세포 기술인 BMA를 설명하는 그림. 이 기술이 완성되면 환자별로 서로 다른 암세포가 여러 가지 항암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MS, 인공지능으로 암 정복 계획 발표지난 20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으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개별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항암제 복합 처방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하노버 프로젝트가 그 하나다. 항암제의 고질적인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용기전이 서로 다른 항암제를 2개 이상 사용하는 복합요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항암제는 원래 단독 투약을 가정하고 개발된 것이라서, 복합으로 사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알기 어렵다. 수백 종의 항암제를 대상으로 복합투약의 결과를 미리 알아보려면 수백 곱하기 수백 즉, 수만 가지 경우를 미리 실험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3가지 이상을 복합한다면 수백만 가지 경우를 실험해봐야 하니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가장 유망한 조합을 판단해 일단 투약하고 그 결과를 본다. 소위 시행착오형 방식이다.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경험은 의학 논문이나 진료 보고서로 축적된다. 하노버 프로젝트는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축적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자동 해독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려고 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인공지능 기법으로 분석하면 환자별로 가장 효과적인 복합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MS의 젊은 인공지능 전문가 푼 박사팀과 글리벡 항암제 개발로 유명한 미국 오리건 보건대학의 드러커 박사팀이 이 프로젝트를 함께 이끌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만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도 전통적인 시행착오형 방식을 벗어나 ‘합리적 설계’라는 방식으로 개발된 최초의 항암제라는 것이다.



MS가 시도하고 있는 더욱 놀라운 프로젝트는 BMA라고 불리는 컴퓨터 암세포 기술이다. 암세포 속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단백질 간의 복잡한 생화학 반응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려고 한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환자별로 서로 다른 암세포가 여러 가지 항암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MS도 스스로 달 탐사에 비유할 정도로 고난도의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20여 년 전에 미생물 세포의 생화학 반응을 거의 완전하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적이 있다. 물론 인간 세포는 미생물 세포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는 많다.



 



왓슨 온콜로지, 1000만건 의료문건 자동 분석이번에 발표한 MS의 계획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IBM은 이미 왓슨 온콜로지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임상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왓슨 온콜로지는 2011년 미국의 유명한 퀴즈대회인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퀴즈 챔피언을 이긴 것으로 유명해진 왓슨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왓슨 프로그램은 자연어로 표현된 지식을 읽고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300여 의학전문 학술지, 200여 의학교과서, 1000만여 의료문건을 자동 분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정도 규모라면 세상의 어떤 의사보다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미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전문병원과 협력해 개발한 왓슨 온콜로지는 이미 우리나라·중국·태국·인도의 대형병원에 진출하고 있다.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유명해진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지난해 여름 스크림스라는 모바일 앱 개발에 착수했다. 의사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적시에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라고 한다.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을 간판기술로 내세우는 딥마인드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라고 보기에는 꽤 엉뚱하다. 물론 다양한 환자정보를 종합해 모바일 기기로 공급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분야의 기린아인 딥마인드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이해가 된다. 원래는 환자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급성신부전증과 같이 치명적인 질환의 전조를 감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환자 의무기록을 지속적으로 조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사회적인 우려에 부닥쳤다. 더욱이 인공지능 전문회사가 환자정보를 조회한다고 하니,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대중적인 두려움까지 겹쳤다.



딥마인드는 애써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크림스 소개 웹사이트에 “스크림스는 인공지능을 쓰는가? 아니오”라고 눈에 잘 띄게 게시해 놓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기진단이 가능한가?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활용하고 있는 표준 임상진단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딥마인드 창립자인 하사비스 박사와 직접 만나본 필자의 느낌으로는, ‘그 젊고 야심 찬 프런티어가 그 정도로 만족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개인의료정보 활용과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 분위기가 조만간 성숙할 것을 기대하면서, 장차 필요하게 될 데이터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지난 7월 딥마인드는 그런 사회적 논쟁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00만 장이 넘는 안과질환 광단층촬영(OCT)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시력상실의 주원인인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망막증의 전조를 감지하겠다는 것이다. 환자 의무기록을 볼 필요가 없고, 익명화된 광단층촬영 사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스크림스가 겪고 있는 사회적 논쟁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됐다. 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개발한 MYCIN 프로그램이 그 원조라고 볼 수 있다. MYCIN은 600여 개의 프로그램화된 의료지식을 이용해 감염병을 일으킨 세균을 식별했다. 아울러 그 세균에 맞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기능도 갖고 있었다. 처방 정확도가 당시 스탠퍼드 의과대 교수진보다 높았다는 실험 보고가 있다. 사람 대신 컴퓨터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경우에 혹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와 같은 논쟁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성숙해야 실용화MYCIN은 임상현장에 실제로 투입되지는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처방 정확도가 낮아서가 아니고, 프로그램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환자 1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이상 수작업으로 환자 데이터를 입력해야 했다고 한다. 당시 컴퓨터 기술수준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로 CADUCEUS, INTERNIST를 포함하여 꾸준히 의료용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됐다. 요새 MS·IBM·구글 등이 앞다투어 인공지능 헬스케어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는 것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각이 아니다.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수준이 오랫동안 꾸준히 성숙해 비로소 실용화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김길동씨는 코다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인공지능 로봇 종합병원이라고 해서 순전히 로봇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감독하는 의사 선생님도 있다고 하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예전에도 병리검사나 의료영상촬영은 값비싼 의료장비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로봇이 좀 더 개입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보였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의학정보까지도 놓치지 않고 숙지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최종적인 검토는 믿음직한 의사 선생님이 해준다고 하니 그 또한 마음이 놓인다.



 



이도헌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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