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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후회와 긴 후회의 차이

중앙선데이 2016.09.25 00:27 498호 28면 지면보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것부터 전공이나 직업을 정하는 중요한 것까지 우리는 늘 선택에 직면한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자신의 선택 결과에 매번 만족할 수 없다. 즉 선택은 ‘후회 가능성’을 동반한다.



후회는 가벼운 불쾌감부터 때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감정까지 유발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기보다 후회를 피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가령 어떤 물건에 대한 50% 할인 기회를 놓치고 나면 30% 할인 기회가 있어도 선뜻 구매하지 않는다. 30%나 저렴한 물건을 샀다는 만족감보다 50% 할인을 놓쳤기 때문에 20%를 손해 봤다는 후회를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주식시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이익주는 빨리 팔고, 손실주는 늦게 파는’ 행동 역시 대표적인 후회 회피 현상이다. 이익주를 계속 보유하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발생할 후회를 미리 피하기 위해 빨리 처분하려 한다. 반면 손실이 확정되면 발생할 후회를 피하기 위해 손실주 처분은 가급적 미루는 것이다.



후회의 종류는 ‘행동 후회’와 ‘비행동 후회’가 있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후에 ‘그때 고백하지 말 걸…’이라고 후회했다면 이는 행동 후회이다. 반면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한 번도 용기 내어 고백하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그때 고백할 걸…’이라고 후회했다면 이는 비행동 후회다.



행동 후회와 비행동 후회를 결정짓는 요인은 시간이다.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Tom Gilovich)는 무작위로 뽑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근 사건에 대한 후회와 오래전 사건에 대한 후회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최근 사건은 행동 후회(53%)가 비행동 후회(47%)보다 높았지만, 오래전 사건은 비행동 후회(84%)가 행동 후회(16%)보다 높았다. 즉 사람들은 최근 사건의 경우 ‘행동한 것’을, 오래전 사건은 ‘행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행동 후회는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도 이미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합리화·체념·정당화 같이 후회를 낮추는 인지적 처리가 가능하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했다가 거절 당하면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뇌는 일단 완결된 사건을 쉽게 잊는다. 반면 비행동 후회는 행동에 대한 결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후회를 낮추는 인지적 처리가 어렵다. 완결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미완성 효과’로 인해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지 못하면 계속 미련이 남는 것이다.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했던 후회들을 모아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을 펴냈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하는 다섯 가지 후회는 ‘내 뜻대로 한 번 살아볼 걸’,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걸’, ‘내 기분에 좀 솔직하게 살 걸’,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걸’, ‘좀 더 내 행복을 위해 도전해볼 걸’ 등과 같이 모두 비행동 후회였다.



요약하면 행동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지만, 비행동 후회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된다. 후회는 짧을수록 좋다. 5대 5 확률로 무언가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시도하라. 우물쭈물하다 포기하면 후회만 길어질 뿐이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면 선택과 후회는 피할 수 없다. 남이 정한 대로 살면 후회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후회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증거이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부대표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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