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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則制人 -선즉제인-

중앙선데이 2016.09.25 00:18 498호 29면 지면보기
세상을 힘으로 누르던 실력자가 죽으면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법이다. 진시황(秦始皇)이 죽자 바로 봉기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농민군을 이끌고 진의 도읍 함양(咸陽) 공격에 나섰던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다. 전국 곳곳에 할거하면서 진의 명줄을 재촉하던 군웅(群雄) 가운데는 강동(江東) 회계(會稽)의 태수인 은통(殷通)도 있었다. 은통이 당시 회계에 와 있던 항우(項羽)의 작은아버지 항량(項梁)을 찾아가 거사를 논의했다. 항량은 초(楚)나라 명장 항연(項燕)의 아들로 병법에 뛰어났으나 고향에서 사고를 치고 조카인 항우와 함께 피신해 있던 상태였다.



은통이 항량에게 “강서에 반란이 일어난 바 이는 하늘이 진을 멸망시키려는 때다. 내가 듣기에 먼저 선수를 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나중에 일어서면 상대에게 제압당한다고 한다. 나는 군사를 일으키려고 하는데 그대와 환초를 장군으로 삼으려 한다(江西皆反 此亦天亡秦時也. 吾聞 先則制人 後則爲人所制. 吾欲發兵 使公及桓楚將)”고 말했다. 당시 환초(桓楚)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말을 들은 항량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다른 마음을 품었다. 항량은 은통에게 환초가 숨어있는 곳을 아는 이는 항우밖에 없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 항우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르며 칼을 준비해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은통에게 항우를 불러 환초를 찾아오게 하자고 말했다. 은통이 동의하자 항우를 안으로 불러 들여선 바로 은통을 죽이도록 했다. 선수를 치자고 말을 한 사람은 은통이었는데 실제로 이를 먼저 행동에 옮긴 이는 항량이었다. 항량이 은통의 지위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이어 최근엔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필요한 엔진 실험까지 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긴장이 끝없이 높아지는 가운데 얼마 전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는 북한 핵무기 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 수술식’ 타격에 대해 중국이 묵인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북핵에 대한 선제 타격이다. 선수를 쳐 상대를 제압하는 선즉제인(先則制人) 방식이 2000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한반도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묘수는 없는지 한숨만 깊어지는 요즘이다.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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