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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마법사의 조언 “폴리페서를 만났던 지점으로 돌아가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25 00:01
수리는 무언가 깊이 깨달았다. 그 메시지. 주소에 관해 막연한 추측이 있었지만 아직 입에 담기엔 시기상조였다. 다행히 수리는 더 이상 새로운 환경이 두렵지 않았다. 또 다른 도전에 의욕이 생겼다. 단지 요즘 들어 가족이 그리워진다는 게 문제였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55> 힐라몬스터 마법사

그때였다. 두 사람 앞에 이상한 괴물이 나타났다. 코모도 왕도마뱀을 닮은 이 괴물의 온몸에는 끈적이는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갈라파고스에 있는 코모도 왕도마뱀? 수컷 없이도 암컷 혼자 새끼를 만들 수 있다는 그거?”

수리는 그냥 주저리주저리 쏟아냈다.

“수리야. 우리 이 왕도마뱀 본 적 있어. 잘 생각해 봐.”

아메티스트는 침착했다. 수리는 왕도마뱀을 유심히 보았다. 어쩐지 낯이 익었다. 왕도마뱀이 활짝 웃었다. 수리와 아메티스트는 웃는 왕도마뱀 덕분에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웃음 덩어리야. 하하.”

수리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안녕! 난 힐라몬스터야.”

“아, 생각났어. 레뮤리아 왕국에서 왕과 왕비 옆에 있던 바로 그….”

수리는 뭔가가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았다.

“마법사….”

“맞아! 마법사!”

왕도마뱀 힐라몬스터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귀엽게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웬일이에요? 어떻게 왔어요? 마법사님도 우물에 빠진 거예요?”

수리가 질문을 쏟아내자 마법사는 또 웃었다. 정말 잘 웃는 왕도마뱀 마법사였다. 아메티스트는 마법사에게 다가가 그의 꼬리를 만졌다.

“너무 귀엽다. 수리야, 꼬리 만져봐. 엄청 단단해. 이 꼬리에 한 대 맞으면 나가떨어지겠는 걸? 그리고 외모와 성격이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너무 귀여워. 난 오늘부터 외모를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어. 진짜 애완용으로 키우고 싶어.”

마법사는 아메티스트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또 밝게 웃었다.

“안돼. 난 혼자 살겠다고 내 스승님 마법사와 약속했어. 절대 내 행복만을 위해 살지 않아.”

“그런데 여기 왜 왔어요? 어떻게 왔어요? 이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았잖아요?”

수리가 자꾸 보챘다.

“네가 날 불렀잖아? 설마 모른다고 잡아떼는 거야?”

수리는 의아했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왕도마뱀 마법사를 부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메티스트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마법사를 불러내는 암호를 외쳤을 수도 있었다. 수리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우리가 이곳을 나갈 수 있어요? 아니, 나가야겠어요. 친구들 있는 곳으로요. 마법사님이 말씀해 주실 거죠?”

수리는 마법사의 웃음에 전염됐는지 마법사와 똑같은 웃음을 자꾸 내뱉었다.

“수리, 네가 이미 알고 있잖아?”

마법사의 대답에 수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의 배, 스키드블라니르는 너의 명령대로 어디든지 갈 수 있어. 하지만 차원의 문을 통과할 능력은 없지. 대신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지. 잘 생각해봐. 그것이 차원의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스타게이트야.”

마법사의 설명에 수리가 소리쳤다.

“노란 집? 노란 집 맞아요?”

“빙고. 움직이는 웜홀!”

수리는 노란 집이 항상 스타게이트의 역할을 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그걸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살짝 귀여워 보이네. 하하. 어쨌든 넌 늘 차원 간 이동을 했어. 그래 놓고 나를 불러내다니… 솔직히 네게 내가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일단 왔어.”

마법사는 열심이었다. 수리도 마법사와 같은 생각이었다. 분명히 마법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힐라몬스터 마법사를 불러냈을 것이다.

“내가 방문한 깊은 바닷속 문명은 뭐지요? 입구에는 이스터 섬에서 보았던 그 거인석상도 있고요. 아참, 일본의 요니구니 해저문명과 비슷해요. 가르쳐줘요.”

수리의 질문에 마법사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해졌다.

“이 얘기를 웃으면서 할 순 없잖아? 음… 해저 속 그 문명은 바로….”

마법사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수리와 아메티스트는 마법사의 입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법사의 가늘고 긴 혀가 허공을 휘휘 저었다.

“이건 귀엽지 않네. 마법사님. 애완용 포기할래요.”

아메티스트가 혀를 내밀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레뮤리아 왕국 기억하지?”

“그럼요. 마법사님도, 우리도 그곳에서 왔잖아요. 어떻게 모르겠어요? 아직 친구들도 남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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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수연

레뮤리아 왕국의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

수리는 마법사의 입에서 어떤 비밀이 나올지 몹시 궁금했다.

“바로 레뮤리아 왕국의 미래야. 미래 모습….”

마법사의 대답에 수리는 발끈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말도 안 돼요. 거짓말 마요.”

수리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뒤돌아섰다.

“나도 믿을 수가 없어. 거짓말이죠? 레뮤리아 왕국은 부족한 게 없는 땅이에요. 날씨마저 황홀할 정도죠. 제가 가장 싫어하는 하마모기도 없었어요!”

아메티스트마저 흥분했다. 마법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수리는 더욱 화가 났다.

“마법사님의 말이 맞다면,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거예요? 왜 그런 비극적인 결말을 갖게 됐죠?”

마법사는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네가 이렇게 멀리 이곳까지 온 거잖아. 처음엔 너의 아빠 때문에 시작된 추적과 탐구였겠지만, 이스터 섬의 나무로 만든 태블릿에 남겨진 그 문자를 보고 이 세계로 오겠다고 한 사람은 네가 유일해. 넌 여정 중에 아메티스트도 만났고, 그녀를 끝까지 지키고 있지. 하지만….”

수리가 마법사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내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다는 거예요?”

“넌, 폴리페서를 처단하지 못했어.”

마법사는 한숨을 토해냈다.

“마법사님, 폴리페서를 알아요? 진짜 알아요? 본 적도 없을 텐데요?”

“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 이스터 장군. 그가 폴리페서잖아?”

마법사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수리는 굳어진 채로 서 있었다.

“그래. 이스터 장군이 곧 폴리페서 맞아. 맞다고.”

아메티스트가 대들 듯이 소리쳤다.

“그럼 왕과 왕비에게 알려야 해요. 그가 얼마나 위험하고 잔인한, 나쁜… 아무튼 빨리 알려야 해요.”

“아메티스트, 염려하지 마. 그것도 수리가 해야 할 일이야.”

수리가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내가 마법사로서 너에게 조언 하나 할게.”

“나에게요? 난 그렇게 대단한 아이가 아니에요. 당신들이 말하는 그가 아닐 수도 있어요. 난 오랫동안 레벨업이 멈췄단 말이에요. 난 아니에요. 내게 어떤 말도 하지 말아요. 그런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을 맡을 수 없어요.”

수리는 화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 위축되어 있었다. 마법사는 그래도 웃었다.

“아메티스트, 수리가 언제부터 저렇게 이상해졌어?”

아메티스트가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렇게 비겁한 남자와 계속 데이트 할 거야?”

“음… 생각해 봐야겠네요.”

아메티스트는 수리를 쳐다보며 윙크를 살짝 날렸다.

“수리,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마법사는 이번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수리에게는 마치 명령처럼 들렸다.

“네가 폴리페서를 만났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서 폴리페서를 없애.”

수리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요? 농담하는 거죠? 내가? 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마법사는 갑자기 사람처럼 앉은뱅이 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 모습이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아메티스트는 킥킥 웃었다.

“폴리페서가 누이들을 이용해 황금을 훔친 뒤 황금산을 만들었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폴리페서를 영원히 가둬. 그게 성공하면 레뮤리아 왕국의 비극은 절대 생기지 않아. 그리고 너희 인간들은 살인이라는 단어도 모르게 될 거야. 레뮤리아 왕국에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지.”

마법사는 진짜 진지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난 특정 지점으로 가는 방법은 몰라요.”

수리는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했다.

“넌 알고 있어. 네가 알고 있다는 그 사실을 너는 모르는 거야.”

마법사는 수리가 안쓰러웠다.

“수리야. 넌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대단히 훌륭한 아이야. 스스로 그 사실을 믿지 않으면 패배자밖에 되지 않아.”

그러나 수리는 머뭇거렸다. 자신의 용기와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수리야. 왜? 무엇이 문제야? 수리야….”

아메티스트도 수리의 변화한 태도가 답답했다.

“엄마와 모리를 만난 뒤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물론 아메티스트 너와 함께 오메가 고고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같이 학교도 다니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 그냥 일상을 살고 싶어.”

수리는 조금씩 울먹이기 시작했다. 마법사와 아메티스트는 그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싶어. 모리와 함께 침대에 텐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진짜 야영을 하는 것처럼 놀고 싶다고.”

아메티스트는 수리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넌 너무 착해. 수리야. 나도 너와 모리와 함께 침대 야영을 하고 싶은데?”

아메티스트는 수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눈물 나서 못 보겠는 걸?”

마법사는 또 밝게 웃었다.

“수리야. 넌 내가 말한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도 집에는 돌아갈 수 있어.”

“그럼 나, 그런 거 안 할래요. 그냥 집에 갈래요.”

수리는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데 아빠를 구해서 함께 가지는 못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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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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