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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웹툰을 본 적이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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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이미 웹을 넘어섰다. 당신이 웹을 통해 만화를 본 경험이 전혀 없더라도, 이미 웹툰을 본 적이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웹툰이 인기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MBC ‘무한도전’의 ‘릴레이툰 특집’은 근 몇 년간 빠르게 높아진 웹툰이라는 장르의 위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해당 시리즈의 첫 회에서 유재석은 “웹툰이 장난이 아니다, 문화적 대세다”라는 말로 10~30대에게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웹툰을 소개했다.

사실이다. 이번 ‘릴레이툰 특집’에 출연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포털 다음에서만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기록하고, 2014년 tv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돼 소위 ‘미생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했으며, 단행본으로도 200만 부가 팔렸다.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한 기안84 작가의 『패션왕』은 누적 조회 수 5억 회를 기록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유아인이 출연한 동명의 드라마는 이 만화와 관련이 없다).

꼭 ‘무한도전’에 출연한 작가를 제외하더라도 지난 1월 방영한 tvN ‘치즈 인 더 트랩’이나 얼마 전 종영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가 다수 등장하고, KBS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한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처럼 셀레브러티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웹툰 시대 이전의 출판 만화 시대에도 이현세, 허영만, 김수정 등 큰 인기를 얻은 작가와 작품은 많이 있었지만, 만화가 서브컬처로 분류되고 청소년 탈선과 사회 문제로 이야기되던 시절과 달리 이제 웹툰은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류 문화라고 인정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해당 특집에 출연한 작가들을 낯설어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장면이 보여주듯, 웹툰이 동시대의 중요 대중문화가 되었음에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당연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가 그러하듯, 웹툰 역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얻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짧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이번 특집의 오프닝을 만화방에서 찍었다. 하지만 웹툰이라는 장르는 출판 만화의 유산을 어느 정도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 만화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면이 강하다. 적통성에서도 그렇고, 기술적으로도 그렇다.

우선 적통성의 부분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경제 상황과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놀이 문화의 등장으로 출판 만화가 몰락했지만, 출판 만화의 주요 작가들이 21세기 들어 바로 웹툰이라는 새 매체로 옮겨 탄 건 아니었다.

당장 웹툰계의 암모나이트라고까지 이야기되는 강풀 작가를 떠올려보자. 2004년 『순정만화』로 포털 다음에 첫 웹툰을 연재했던 그는, 당시 스포츠 신문에 『일쌍다반사』라는 짧은 개그 만화를 연재한 게 만화가 경력의 거의 전부였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기존 작가들이 더는 지면이 안 먹히니 웹에서 만화를 그리자며 웹툰으로 옮겨 왔다기보다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다는 의미다. 잘나가던 출판 만화 작가들을 포섭하기엔 당장 그에 준하는 고료를 줄 만한 시장 역시 아니었다.

그리고 기술의 문제. 출판 만화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뒤 스캔을 통해 웹에 올리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웹이라는 공간에서는 태블릿과 포토샵 류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업이 훨씬 유리하고, 연출 역시 책장을 넘기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됐다. 그래서 애초부터 웹을 통해 작업하는 웹툰만의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출판 만화와 웹툰 사이에는 일종의 단절이 존재한다. 이러한 세대적 단절이야말로 웹툰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인기 만화 단행본이 만 권 단위로 팔리던 황금기와는 거리가 먼 웹툰 초창기, 이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든 건 역시 잃을 게 많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이었다.

이미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 두 번이나 출연했던 『마음의 소리』의 조석이나, 『목욕의 신』의 히트로 ‘웹통령’이라고까지 불렸던 하일권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작가들이다. 특히 조석이나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말년의 경우 과거 출판 만화 시장에선 아예 데뷔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그림 실력이지만 뛰어난 개그 감각으로 승부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다.

‘무한도전’에서 윤태호 작가는 자신의 스승인 허영만 작가가 이말년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지난 시간에 회의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덕분에 초기 웹툰은 오로지 재미 그 자체로만 승부하는 게 가능했다.

타고 가던 버스에 불이 붙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돌진한다!”고 외치고(이말년), 몸치가 춤을 추다가 자기도 모르게 살풀이로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조석). 신화라고 하면 서양의 그리스 신화나 익숙한 이들에게 한국 전통 신화를 재해석해 전달하기도 한다(주호민).

신선한 센스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 그리고 거기에 열광하는 젊은 독자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웹툰의 영향력은 점차 커졌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인기 검색어 서비스에서 ‘대학생 인기 검색어’를 보라.

‘네이버 웹툰’은 언제나 10위권 내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2015년 네이버 검색어결산에서 모바일 검색 종합 10위 안에도 ‘웹툰’이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세대에게 있어 웹툰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된 것이다.

당연히 시장은 커졌고, 황금을 찾아 골드러시를 감행했던 젊은 작가들 중 상당수는 부와 명예를 얻었다.

군대 만화 『짬』으로 데뷔했던 주호민은 히트작 『신과 함께』의 유료 수익으로 웹툰계의 장범준(‘벚꽃 엔딩’을 부른 가수. 이 한 곡으로 매년 봄마다 저작권 수익을 올리는 덕에 ‘벚꽃 연금’이라 불린다)이 되었고, 네이버 웹툰 최장 연재 중인 조석은 월 고료 7800만원을 받고 있다. 월 몇십만원 고료로 시장을 개척하던 골방의 젊은이들은 새 시대의 성공 모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웹툰의 성공은 단순히 웹툰이 재밌다,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는다 정도로 요약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장의 모습이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작자들, 어떤 배경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재미라는 본질에만 반응하는 독자들, 그리고 그 반응을 유의미한 수익으로 연결해내는 사업자들, 그걸 보고 뛰어드는 새로운 창작자들. 범박하게 요약했지만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 시장은 보기 드물게 건강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경우가 그러하듯, 건강한 시장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방송과 드라마에서 웹툰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웹툰의 젊음과 활력이야말로 지금 그들 매체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부족한 것일 테니까. 방송계의 1인자 ‘무한도전’도 관심을 가질 만큼 말이다.

기획_성영주
여성중앙 2016.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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