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거진M|알베르토의 문화탐구생활] 개고기 논쟁? 아시아 문화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앙일보 2016.09.25 00:01
기사 이미지
“개고기 먹어 봤어요?” 한국에서 여름마다 종종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네”다. 이렇게 대답하는 나를 신기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개고기를 ‘한국 고유의 식문화’라고 생각한다. 개고기 이야기가 나오면 눈살부터 찌푸리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에 와 보기는커녕 아시아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탈리아 국회의원 미켈레 비토리아 브람빌라처럼 말이다.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Forza Italia) 소속인 그는, 지난 7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서 ‘한국, 공포의 식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상영하며 한국과 캄보디아·중국·라오스·태국·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난했다. 한국 보신탕 문화를 집중 조명한 이 영상은 개고기 반대 단체 ‘월드 도그 얼라이언스(The World Dog Alliance)’가 만든 것. 앞서 영국 국민 청원 사이트(petition.par-liament.uk)에 이 단체의 영상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에 개고기 거래 금지를 촉구하자’는 내용이 발제되기도 했다. 브람빌라 의원은 그저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지 않으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유럽연합(EU) 측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 타국 국회의원의 지나친 만용으로 느껴졌다.

식용 개고기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가 출연 중인 TV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2014~, JTBC)에서도 이 문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주제라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지만, 제한된 방송 시간으로 인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보기에 이 논쟁에는 두 가지 이슈가 포함돼 있다. 첫째, 다른 나라와 타 민족의 문화나 관습을 판단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다. 둘째, 개뿐 아니라 인간이 먹는 모든 동물에 대한 문제다. 더 나아가, 그 동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모든 판단과 비판은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끝나야 한다. 특히 나와 다른 사람·나라·문화를 대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관해 함부로 말할 경우, 그것은 근거 없는 헐뜯기가 되기 쉽다.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정치인으로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 ‘개고기 논란’을 일으킨 브람빌라 의원처럼, 섣부른 비난은 오히려 분란만 부추길 뿐이다. 그렇다면 개고기를 먹는 관습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육식은 인간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였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을 죽이고 고기를 취하는 건 사생결단의 싸움이었다. 이때 어떤 동물의 고기를 취할 것인지는 부차적 사안이 아니었을까. 할머니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식량난에 대해 들은 적있다. 사나흘 동안 물 빼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자, 비둘기든 고양이든 눈에 띄는 짐승은 모두 잡아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물론 현재 여러 나라에서 육식은 개인의 선택이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닭·돼지·소 등 식용 동물의 사육 및 도축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식용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지나친 육식은 건강에 나쁘고,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트 프리 먼데이(Meat Free Monday·‘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채식을 하자’는 뜻으로, 월요일에 고기를 먹지 않는 운동)’ 같은 캠페인이 세계인의 지지를 얻는 이유다. 이제 육식은 ‘생존’이 아닌 ‘과욕’의 문제가 아닐까. 인간이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동물을 생산하고 과소비하는 행태 말이다. 이는 전 세계 축산 농가가 하루빨리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개고기 식용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은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한 후에야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개고기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말고기, 프랑스에는 푸아그라, 중국에는 원숭이고기, 호주에는 캥거루고기가 있다. 각양각색 역사와 문화만큼 나라마다 독특한 식습관이 있게 마련이다. 해외에서 이상하게 여긴다고 해서 이를 감추거나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부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 건설적 방향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 믿는다.

 
글 알베르토 몬디.
맥주와 자동차에 이어 이제는 이탈리아 문화까지 영업하는 JTBC '비정상회담' 마성의 알차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