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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배당주는 ‘임대료 5% 나오는 빌딩’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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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요즘 누가 빌딩 사서 몇 배 남겨 팔겠다고 하나요.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된다고 하지. 부동산시장은 매매 차익에서 임대 수익을 노리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아니죠. 여전히 대박을 꿈꿉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부동산시장에서와 같은)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야 합니다.”

국내 증시에선 ‘금리+α’ 수익에 만족해야 중국 시장에서 대박 도전

최준철(40) VIP투자자문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20년 반평생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걸 업으로 삼아 불혹(不惑)의 나이에 일가(一家)를 이뤘다. 자산이 약 86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지난해 그의 회사에 3억 달러를 맡겼다. 올 초엔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제일 잘하는 게 주식”이라는 최 대표이지만 옛날처럼 ‘주식=대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단다.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임대료로 바뀐 것처럼 주식 투자도 배당 등과 같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2008년을 빼곤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을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시장 등락에 맷집이 강하다.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12~2013년이 좋았지. 그때 업계 행사에 가면 우리 ‘클랜(종족,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운용사·자문사)’들이 넘쳐났다. 우리들끼리 ‘이 시절이 얼마나 갈까’ 걱정했는데 이듬해 바로 끝났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조금이라도 성장이 있는 주식에 돈이 몰렸고, 돈의 힘으로 그 주식은 폭등했다. 시장의 관심을 벗어난 종목은 예상보다 더 빠지고. (주가가) 너무 밀려서 많이 당황했다.”

예를 든다면.

“자동차 업종을 보자. 중국 시장의 성장을 낙관했다. 어렵다지만 자동차시장이 초기 단계라 성장을 이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수요는 기대에 못 미쳤다. 중국 실적이 예상을 빗나간 탓에 전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자 주가가 말도 안 되게 밀리더라. 절대 이 밑으로는 안 내려갈 것 같았던 가격대도 깨고 고꾸라졌다. 현대차는 18만원도 싸다고 생각했는데 13만원대로 밀렸다. 세계에서 제일 싼 자동차 주가 돼 버렸다.”

최근 인덱스 펀드 이외의 펀드는 성적이 부진하다. 삼성전자 때문인가. VIP투자자문도 삼성전자에 투자했나.

“기관 자금을 빼곤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는 없다. 그렇다고 불안하지는 않다. 우리의 목표는 평균보다 더 싸고 더 가치있는 종목을 고르는 거다. 우리(회사)가 정보기술(IT) 업종을 잘 모른다.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느니 잘 아는 걸 하자는 주의다. 그래도 한국전력 같은 주식에 투자해 올 들어 시장보다는 4%포인트 정도 수익을 더 냈다. 나쁘지 않지만 우리 고객들은 절대적으로 얼마의 수익을 냈느냐가 중요하다. 인덱스 펀드가 잘나가는 시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종목을 잘 고르면 되는 것 아니냐.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강도가 큰 관심거리다.

“전 지구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고 하자. 글로벌 측면에서 국내 시장에 투자할 것이냐 아니냐는 자산 배분의 문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급하게 탈출해야 할 정도로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이 약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주식에서 발을 뺀 후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 거냐. 대안이 마땅치 않다.”

하반기 유망한 업종은.

“싸면서 성장한다, 그게 건강한 종목의 기준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관심을 못 받아 싸게 거래되는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요즘 보는 게 은행주다. 합병에 따른 지점 정리 등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다. 한진해운을 정점으로 정리할 만한 곳은 정리가 됐다.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 추가 손실 우려가 적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가격대를 회복 못 했다. 그런데 배당은 많이 준다. 시가배당률이 3~5%다.”

자문사 대표는 자기 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는 집을 빼면 전부 다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과격한 주장일지 모르겠지만, 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 간다. 채권 투자해서 얼마나 받나. 이거 저거 제하고 나면 1~2%다. 예금과 별 차이 없다. 그걸 투자하느니 저평가된 배당주를 사겠다.”

그렇지만 주식은 원금을 까먹을 수 있지 않나.

“난 주식쟁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주식이다. 채권이나 부동산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내 돈을 ‘몰빵’하는 건 어쩌면 가장 현명한 자산 배분이다. 요즘 소액으로 빌딩 사서 임대료 받는 게 직장인들 로망이라고 하지만, 변두리 빌딩 가지고 있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실상은 다르다. 월세 밀리기 일쑤인데다가 리쌍(가수) 케이스처럼 버티기하는 세입자도 많다. 시간 지나면 건물은 낡게 마련이고. 시설 보수비용은 다 건물주가 부담해야 한다.”

역시 ‘주식이 제일’이라는 주장인가.

“그렇다고 주식으로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가능은 하겠지만 극히 드문 일이겠지. 국내 시장선 ‘금리+α’의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배당을 강조하는 거고. ‘임대료 5% 나오는 빌딩’이라고 하지, ‘5년 후 두 배는 오를 빌딩’이라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창업 후 13년 간 6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해외는 다르다. 여전히 2~3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시장에 관심을 쏟는 거고.”

중국선 대박을 기대해도 되나.

“국내 시장에서처럼 중국에서도 가치주를 찾고 있다. 그래서 히트 친 종목이 ‘웨이보(微博, 나스닥 종목명칭은 WB)’다. 상반기에만 4배가 올랐다. 웨이보는 미국에 상장돼 있다. 주요 투자자가 미국인들이다. 이들은 웨이보를 ‘중국판 트위터’라고 오해했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트위터 주가가 고꾸라진 것처럼 웨이보도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웨이보는 트위터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었다. 연초 주가 빠질 때 더 샀다. 시장의 오해가 풀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웨이보 같은 주식 좀 추천해 달라.

“중국 기업이라도 종목을 콕 집어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래도 알려 달라는 요구에 마지못해) 중국 인터넷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브이아이피샵(唯品會, VIPS)’이라는 곳이 있다. 중국에는 철 지난 명품 재고를 싸게 파는 오프라인 아웃렛이 없다. 이 회사는 중국판 온라인 아웃렛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 정부가 장벽을 쌓는 바람에 중국 인터넷 기업은 해외 업체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최근 성장이 정체됐다고 주가가 하락했지만 중국 시골까지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쇼핑이 대중화되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준철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최준철 대표 -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가치투자로 이름을 날렸다. ‘투자 인생의 파트너’ 김민국 대표와 함께 2003년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과 정재봉 전 한섬 대표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김 회장은 부인과 함께 현재까지 이 회사 지분의 27.5%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100억원으로 출발한 운용 규모는 현재 1조8900억원에 이른다. 2008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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