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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이오 투자 열풍] 수출 기대감 커지며 부푼 성장의 꿈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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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올해 9월 현재 975개의 바이오 기업이 있다. 이 중 176개가 상장사다. 3년 사이 상장한 기업이 특히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는 글로벌 선진국에 비해 작지만,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성장 중’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바이오의약품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2.33%를 기록한 합성의약품에 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엔 괄목할 만한 수출 성장도 보였다.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수출 금액이 2014년 대비 82% 증가했다. 코스닥에서 바이오벤처기업 시가총액 비중도 10년 사이 3.8배 증가한 13.7%를 기록했다.
 
팬젠 청약 경쟁률 1073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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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불어난 게 아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의 램사마가 좋은 예다. 2012년 유럽 허가를 시작으로 지금은 7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상용화된 줄기세포치료제 6품목 중 우리나라 기업에서 4품목을 제품화(하티셀그램-AMI, 카티스템, 큐피스템, 뉴라나타-알주)했고, 바이오의약품 관련 임상연구 또한 매우 활발하다. 관련 임상연구 건수는 최근 3년 간 총 229건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업계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국내에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투자 확대로 오는 2018년에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는 연간 36만L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기술 개발과 제작 라인 확대는 매출과 수출량 증가로 이어지며 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이다.

지난해 국내 5조9000억원 규모 … 올해 바이오 관련 기업 40개 상장 전망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애타게 찾던 금융시장도 바이오산업에 주목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년에 상장되는 바이오 기업은 7개 남짓에 불과했다. 2014년에 9개에 그쳤던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신규 상장 수는 2015년에 24개로 늘어났다. 올해엔 4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할 전망이다. 청약경쟁률도 무시무시하다. 수백 대 1을 가볍게 넘어선다. 올해 상장된 바이오 기업 가운데 3곳은 기관투자가 경쟁률만 700대 1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상장한 휴온스·팬젠·큐리언트·안트로젠 등은 증시에 화제를 불러 모은 주인공이다. 지난 3월 상장한 바이오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073 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가 희망가격 최상단에 형성됐음에도 3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몰리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더해 해외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중소형 제약·바이오주의 주가도 상승했다. 제일약품·신풍제약·슈넬생명과학 등 연초 대비 주가가 100% 넘게 상승한 종목이 등장하며 산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도 바이오주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날 것이고, 굵직한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최근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 6월 590억원에 그쳤던 순매수 기록이 8월에는 1451억원으로 늘었다. 8월 외국인 투자가는 휴젤과 셀트리온을 각각 849억원, 566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 투자가는 같은 기간 셀트리온과 메디톡스를 각각 477억원, 1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자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에 대해 “올해 유럽 점유율 4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분기당 매출액 증가와 함께 이익률이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디톡스는 8월 신약 ‘이노톡스(액상 보툴리늄 톡신)’의 기술 수출 가치가 확인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유한양행의 디스크 치료제와 한미약품의 RAF 항암제 기술 수출 추진, 씨젠의 추가 계약 추진 등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기관·외국인 투자가 순매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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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주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강세다. 미국 나스닥 바이오지수는 지난 6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주 선전 원인으로는 세계 2위 제약사 화이자의 메디베이션(Medivation) 인수가 영향을 미쳤다. 화이자는 지난해 앨러간 합병에 실패한 이후 메디베이션 인수를 노렸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Xtandi) 제조사다. 연간 매출은 20억 달러다. 화이자가 지불한 금액은 140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화이자 주가는 인수 발표 당일인 8월 9일(현지시간) 0.40% 하락했지만 메디베이션 주가는 19.74% 상승했다. 캐나다 최대 제약사인 밸리언트의 주가도 이날 25.4%나 올랐다. 1994년 3월 상장된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2분기 손실 규모가 늘었지만 전체적인 시장 전망이 밝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이유다. 초대형주들이 선전하자 관련 바이오 기업 주식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IT 주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증시에도 반영되곤 했다”며 “국내 바이오 관련주는 나스닥 바이오지수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기대주가 줄을 서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은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송도에 세 번째 상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중 조건이 더 좋은 곳에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 안팎으로, 공모자금 규모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CJ그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인데다 제약사 매출 순위 10위권이다. 일반의약품에서 신약, 제네릭, 개량신약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1000억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셀트리온 제품의 판권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녹십자의 세포 치료제 부문 자회사 녹십자랩셀, 국내 수액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JW생명과학도 기대주로 꼽힌다. 중견 기업 가운데에선 고품질 원료의약품에 특화된 에스티팜, 비뇨기과와 피부과에 특화된 동구바이오제약, 항암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신라젠과 파멥신 등도 투자 유망주로 꼽힌다.
 
바이오 투자, 3년은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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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셀트리온 연구소에서 실험을 진행중인 연구원. / 2. 바이오 산업성장과 함께 한국을 찾는 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늘었다. 왼쪽부터 신동문 에모리(Emory)대학교 암센터 소장 겸 의과대학 교수,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이스라엘의 요즈마(Yozma)그룹 이갈 애를리히(Yigal Erlich) 회장.

주의할 점도 있다. 바이오 기업 공모주는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장 대박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는 회사가 많다.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50% 높았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자 곧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상장한 바이오 기업 21개 가운데 12개 기업의 현재 주가가 모두 시초가 아래에 형성돼 있다.

바이오는 멀리 바라봐야 하는 산업이다. 적어도 3년은 기다리며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이제 막 연구계획을 세우고 개발비를 모으는 단계에 있다. 투자자들이 바라는 높은 기대수익률을 당장 기록하긴 어렵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기업은 제품과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기업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바이오는 좀 다르다”며 “임상실험 중이고 오류를 확인하고 있다는 주장만으로 3~4년은 실적 없이도 버틸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정보통신(IT) 기업보다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자들이 우호적이다. 예전 IT버블 당시 묻지마 투자 현상과 비교될 정도로 투자가 몰린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바이오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가 넓은 분야다. 화장품이 좋은 예다. 화장품에 바이오 원료를 사용하면 바이오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경계가 워낙 모호해서다. 제약에 비해 화장품 생산허가를 받는 일은 쉽다. 제약회사 가운데 신약 개발에 애를 먹는 경우 바이오 화장품을 출시한 다음 코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일반 기업이 바이오 기업 연구소를 인수한 다음, 회사 이름에 바이오를 넣어 우회 상장하는 사례도 있다. 제약 주가가 바이오보다 안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제품을 생산해왔고 수익성이 검증된 덕에 주가가 꾸준하다. 바이오주로 구성된 코스닥 제약은 연초 기준 8월까지 평균 9% 오른 반면, 전통 제약주로 구성된 코스닥 의약품 주는 같은 기간 22% 올랐다.

바이오 투자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 등 업계의 ‘스마트머니’까지 바이오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반기 10개의 신규 바이오펀드가 등장한다. 국민연금도 지난 2분기 바이오·제약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한국 거래소 역시 바이오 기업 유치에 열심이다. 청구 기업의 편의성을 고려해 6주 간의 평가기간을 4주로 단축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도 운영 중이다.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중소 바이오 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박스기사] 늘어나는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 - 기술은 있지만 실적은 글쎄
바이오 공모주에 투자할 때 실적을 꼭 챙겨야 한다. 지난해부터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어서다. 기술특례상장은 실적이 기준에 못 미치지만 확실한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성장성과 기술력만 보고 미래에 투자하는 의미다. 지금까지 32개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는데, 그중 28개가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문제는 28개 바이오 기업 중 19개사(반기보고서 미제출 1개사 제외)가 2016년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10개 바이오 기업은 산업용 효소를 만드는 제노포커스 단 1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손실을 봤다. 기술을 상용화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기술특례상장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증권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의 성장 가능성이 큰 건 맞지만, 업종 특성상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를 피하고, 사업의 수익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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