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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상반기 200大 상장사 미저리 지수] 종합 순위 불명예 1~3위 제넥신·에이치엘비·SK하이닉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25 00:01
상장기업은 실적과 주가로 말한다. 실적은 과거와 현재를, 주가는 현재와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 올 상반기 국내 대표 기업은 어떤 과거와 현재·미래를 보여줬을까. 본지는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0대 상장사의 미저리 지수(Misery Index)를 조사했다. 미저리 지수는 본지가 2013년 처음 선보인 상장사 실적·가치 측정 지표다. 특정 기간의 시가총액·매출 증감률과 영업이익률 변동치의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상장사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88개 상장사가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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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국내 증시는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인다. 코스닥 지수는 600~700포인트 구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최근 3분기 연속 0%대 성장에 그쳤다. 둔화된 수출과 내수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미저리 지수(Misery Index : 고통지수)
88개사 지수 마이너스
삼성전자 제외하면 매출·영업이익 감소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증권 시황이 나빠도 주가가 오를 기업은 오르고 내릴 기업은 내린다. 수출길이 막히고 소비가 둔화해도 잘 버는 기업은 잘 번다. 본지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0대 상장사(금융사 제외) 미저리 지수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미저리 지수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증감률, 영업이익률 변동치를 합산한 점수다.

미저리 지수는 음수(-)가 클수록 기업 가치와 실적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10% 오르고 매출 감소율이 -10%, 영업이익률 변동치가 -5%포인트면 미저리 지수는 ‘-5점’이 된다. 이번 조사에서 매출·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실적을 비교했다. 상장사들이 8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했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30일 종가 대비 올 6월 30일 종가를 비교했다.
 
12개사 매출·영업이익·시가총액 모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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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코스닥 상장사인 제넥신이 미저리 지수 -266점으로 불명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가총액은 올랐지만 매출 감소율과 영업손실률이 200대 상장사 중 가장 나빴다. 제넥신은 신약 개발을 하는 바이오 벤처다. 구명정을 만드는 에이치엘비는 미저리 지수 -62점으로 2위였다. 1년 새 시가총액은 45% 줄고 매출과 영업이익률 역시 크게 하락했다. 불명예 3위는 SK하이닉스다. 시가총액은 23% 줄고, 매출과 영업이익률 변동치는 각각 19.7%, 18% 하락했다. 미저리 지수는 -61.1점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상반기 하락한 주가를 7~9월에 대부분 회복했다. 대우조선해양(-57.5점)과 LG이노텍(-49.5점)·세아베스틸(-48점)·태광산업(-46.7점)·삼성SDS(-46.6점)·한전KPS(-43점)도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워스트 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올 상반기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인 곳은 88곳(44%)이었다. 이들 상장사에서 1년 새 사라진 시가총액은 65조6554억원에 달한다. 또한 88개 기업의 상반기 매출은 331조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1조1122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9조583억원으로 같은 기간 0.6%(1181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88곳 중 시가총액과 매출, 영업이익률 변동치가 모두 감소한 ‘트리플 마이너스’ 기업은 12곳이다. 에이치엘비·LG이노텍·태광산업·SK네트웍스·휠라코리아·현대위아 등이다.
 
시가총액 0.1% 증가 … 삼성전자 제외하면 15조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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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30일 기준 200대 상장사 전체의 시가총액은 1011조 2932억원이었다. 전년보다 고작 0.1%(1조4165억원) 증가했다. 그나마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증가액(16조9558억원)을 제외하면 15조원 이상 줄었다. 주가가 내린 곳(119곳)이 증가한 곳(81곳)보다 많았다. 1년 전보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119곳의 감소액은 86조6903억원이다. 30% 이상 줄어든 곳은 26곳이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많이 쪼그라든 상장사는 9월 1일 법정관리가 개시된 대우조선해양이다. 지난해 6월 30일 2조 5454억원에서 1년 후 1조1565억원으로 54.5%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 부정과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9월 안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거래 정지 중이다. 같은 기간 쿠쿠전자는 시가총액 감소율 2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중순 30만원 안팎이던 쿠쿠전자 주가는 최근 반 토막이 났다.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9.6%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13.9%였다. 증권 업계에서는 쿠쿠전자 생산량의 약 16%를 차지하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이로 인하 원가율 상승, 해외 시장 부진 등이 겹치면서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중공업(-46.3%)·한전KPS(-45.1%)·에이치엘비(-44.9%)·삼성SDS(-44.7%)·한샘(-43.4%)·세아베스틸(-42.9)·현대산업(-40.2%) 등도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다.
 
전체 매출 8% 늘었지만 SK·삼성물산 합병 착시 효과
올 상반기 200대 상장사의 총매출은 794조70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59조4596억원) 증가했다. 또한 매출이 감소한 상장사(53곳)보다 증가한 기업(147개)이 훨씬 많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내 대표 상장사의 선방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건 착시효과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분 중 합병으로 매출이 늘어난 ㈜SK 증가분 41조8032억원과 삼성물산 증가분 10조9534억원을 빼면 6조7020억원 증가에 그친다. 여기에 삼성전자(5조639억원)와 현대차(3조2630억원) 매출 증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196개사의 매출은 정체된 셈이다. 매출이 감소한 53개 상장사의 감소액은 32조7600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 감소율이 가장 큰 상장사는 바이오 벤처인 제넥신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다. 다음은 지난해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대한전선(-29.6%),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가스공사(-25.6%) 순이었다. 한국전력기술(-23.6%)·LG이노텍(-22.5%)·SK이노베이션(-21.2%)·에쓰오일(-19.9%)·SK하이닉스(-19.75)·현대중공업(-16.7%) 등도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올 상반기 200대 상장사의 총영업이익은 64조4213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12조1107억원) 늘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올 상반기 영업손실을 본 상장사는 9곳(4.5%)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역시 대기업 쏠림현상으로 인한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 200대 상장사 중 영업이익 상위 10개 기업이 거둔 이익은 12조732억원이다. 이를 빼면 나머지 190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나쁜 곳은 제낵신(-262.3%)이다. 다음은 삼성SDI(-29.1%)·에이치엘비(--26.7%) 순이었다. 인트론바이오(-7.8%)·대우조선해양(-6.5%)·삼성중공업(-5.3%) 등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기업은 89곳(44.5%)이었다. 2015년 상반기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영업이익률 변동치 조사에서는 제넥신(-266%p)이 가장 나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28.7%p)와 삼성SDI(-25.2%p)·인트론바이오(-18.2%p)·S K하이닉스(-18%p)·다우기술(-11.7%p) 등도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영업손실 절대액으로 보면 삼성SDI가 올 상반기에만 7579억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가장 큰 손실을 입었다. 기대했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실적 개선이 더디고, 중국·유럽시장에서도 고전한 탓이다. 다음은 대우조선해양(-4499억원)·삼성중공업(-2776억원)·삼성물산(-2580억원)·LG이노텍(-335억원) 순이다.

그룹별로 보면, 롯데그룹 사정이 가장 좋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7개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을 제외하고 모두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였다. 주가 하락 영향이 컸다. 7곳 중 롯데제과(0.6%)를 제외한 6곳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39.1%)·롯데칠성(-32.8%)의 시가총액 감소율이 컸다. 삼성그룹은 200대 상장사에 포함된 8개 계열사 중 삼성SDS(-45.6점)·호텔신라(-30.7점)·삼성SDI(-18.1점)·삼성전기(-5.3점) 4곳이 마이너스였다. 특히 주가가 좋지 않았다. 8곳 중 삼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6곳의 시가총액이 줄었다. 매출이 준 곳은 삼성엔지니어링(-7.2%)과 삼성SDS(-2%) 두 곳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SDI·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 7개 상장계열사 중 6개 마이너스
현대자동차그룹은 8개 상장사 중 영업손실을 본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매출이 준 곳은 현대로템(-13.9%)과 현대위아(-5.2%) 두 곳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7곳의 시가총액이 감소하면서 현대제철(-20.7점)·현대위아(-20.7점)·현대로템(-20.2점)·현대건설(-16.2점)·현대글로비스(-7.4점) 5곳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28.1점)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SK그룹은 9개 계열사 중 SK하이닉스(-61.1점)·SK네트웍스(-42.1점)·SKC(-38점)·SK텔레콤(-13.9점)·SK이노베이션(-1.4점)이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다. 9개 상장 계열사 중 6곳이 시가 총액이 줄었고, 5곳은 매출도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계열사도 5곳이었다. LG그룹은 9개 계열 상장사 중 5곳의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였다. LG이노텍(-49.5점)·LG디스플레이(-19.9점)·LG하우시스(-8점)·LG화학(-4.3점)·LG상사(-2.1점)다.
 
[박스기사] 미저리 지수 ‘플러스’ 112곳 분석해 보니 - 시총 10.3%, 매출 21%, 영업이익 35% 증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0대 상장사 중 112곳(56%)은 미저리 지수가 플러스였다. 이들 112곳 상장사의 올 6월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720조93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증가했다.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인 88곳의 상장사 시가총액이 18.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112곳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463조67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5조3629억원으로 같은 기간 35%나 증가했다. 삼성전자·한국전력·현대자동차 등 영업이익 규모 상위 10개 기업을 제외해도 33조원 넘는 이익을 더 거둔 셈이다.

112곳 중 74곳은 시가총액이 증가했다. 100% 이상 증가한 곳은 영진약품(596.4%)·팬오션(171%)·일진머티리얼즈(160.1%) 등 6곳이었다. 30% 이상 증가한 상장사는 24곳이었다. 또한 99곳(88.4%)은 매출이 늘었다. 21개 상장사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0% 늘었다 .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160.2%)·바이로메드(140.4%)·에스에프에이(110.95%)·아이에스동서(85.9%)·NHN엔터테인먼트(57.1%)·삼양사(53.8%) 등이다.

영업이익률 변동치에서는 삼성중공업(32.3%p)·NHH엔터테인먼트(13.1%p)·LG생명과학(11.4%p)·OCI(11.1%p)·한화테크윈(10.9%p)·코오롱생명과학(8.6%p) 등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112개 기업 중 올 상반기 영업 적자를 본 곳은 삼성물산·삼성중공업·바이넥스 3곳뿐이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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