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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저커버그와 펠프스

중앙선데이 2016.09.23 18:42 497호 1면 지면보기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이정민 편집국장입니다.



?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참 부럽고 샘나고,또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부인 프리실라 챈이 질병퇴치 연구 기금으로 3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기자회견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저커버그는 작년말 딸 맥스가 태어났을 때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을 만들면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았었죠. 이 부부가 가진 재산이 우리돈으로 52조원쯤 된다니 '통큰 기부'가 아닐 수 없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조지 루카스 같은 세계적 부호들이 통큰 기부를 통해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재산을 내놨다는 행위 못지않게 이들이 내건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가 심금을 울립니다. 부부는 맥스가 태어났을 때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이것은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해 감동을 줬습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챈은 이번 연구기금 기부 발표 때도 “의사로서 의학과 과학의 한계에 부닥친 많은 가족을 만났고,그들에게 당신의 자녀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해야만 했다"며 "내 딸의 시대에는 아픈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질병없는 세상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습니다.?? 아주 짧은 연설이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과 세계관,철학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생명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가 하는 성찰,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아이의 친구들도 똑같이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의 지평,기회의 불평등과 이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신념,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이들이 살아나갈 생태계인 사회 공동체가 평화롭고 건강하게 보전되길 바라는 소망과 고민이 농축돼 있습니다. 남의 아이가 불평등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는 건 괜찮고 내 아이가 부당한 대접을 받는 건 못참는 이기적인 부모들, 이웃이야 어찌 됐든 내 실속만 챙기고 나만 손해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상업주의와 너무도 대비되지 않습니까. ?? 지난 여름,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수영 황제' 펠프스는 어떻습니까. "은퇴후 무엇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펠프스는 "올해 아들 부머를 얻고나서 적지않은 어린이들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는걸 알게됐다. 더 많은 아이가 물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답했죠. 소름 돋도록 전율이 느껴지는 멋진 답변 아닙니까. 이 한마디에서 따뜻한 포용사회,소수자를 보호하는 공정 사회를 향한 비전과 철학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황한 연설도,포효하는 웅변도 아니지만 이들이 주는 가슴뭉클한 감동은 이 세상을 바꾸는 데 촉매제로 작용할 것입니다. 당장 저커버그의 재산 기부,펠프스의 재능 기부로 수혜를 보는 사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작은 영웅'이라고 부를만하다고 하겠습니다.흙수저니,헬조선이니 하는 격한 용어가 난무하는 각박해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보람이 있다는 희망을 키워주고,이들을 롤 모델 삼은 제2의 저커버그,제2의 펠프스가 나올 수 있는 작은 토양이라도 만들었다는 점에선 교육적이기도 합니다.



? 갓 아이 아빠가 된 30대 초반의 두 '영웅'은 저출산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엔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펠프스는 "아들을 돌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고,솔선수범해 2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다녀온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딸을 돌보고 있는 '행복한 장면'을 올려놓기도 했지요. 상사·회사 눈치 보느라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우리 처지에선 마냥 부럽고 꿈같은 이야기지만,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신문·방송은 연일 2018년이면 인구절벽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저출산의 재앙을 예고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151조원의 예산을 쓰고도 오히려 출산율은 1.25명→ 1.16명으로 떨어지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좋다는 정책은 죄다 모아다 놨지만 도무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왜 그럴까요?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저출산 극복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렸다”고 근엄한 얼굴로 대책을 독려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출산은 '나라의 문제'일뿐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총론엔 일치하면서도 당장 내 부하직원이 출산·육아휴직 간다면 눈꼬리부터 올라가는 조직 이기주의,회사 눈치보며 출산·양육하느라 허덕이느니 '무자식 상팔자'로 살면 그만이라는 세태속에 우리는 놓여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문화가 바뀌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회사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떠나는 한국의 '통큰 아빠들' 언제쯤 볼수 있을까요.



?? 이번주 중앙SUNDAY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물품을 밀수출하다 미국의 정보망에 걸려든 중국 랴오닝성 훙샹 그룹의 전모를 보도합니다. 쇼핑몰 점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부호가 된 마샤오훙 회장은 장성택 생전 북한과 석탄·광산개발등을 했던 파트너로 알려졌으며 도쿄·홍콩등 제3지대를 통해 물자 반입과 자금 거래등을 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 후 대부분의 중국측 파트너 회사들이 문을 닫았지만 훙샹 그룹만은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훙샹그룹 수사를 둘러싼 미·중간 힘겨루기와 향후 전개될 대북 대응등을 현지 특파원의 보도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김명호 교수 특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중앙SUNDAY가 오는 10월9일자를 기점으로 지령 500호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중앙SUNDAY를 아끼고 격려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인기 연재물 '사진과 함께 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의 필자이자 『중국인이야기』의 저자인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의 초청 강연을 개회합니다. 강연 주제는 '우리에게 지금 중국은 무엇인가'이며 수강료는 없습니다. 참석하고자 하는 독자께서는 사전에 참가신청을 하셔야 입장할 수 있으며,참석하신 분들께는 소정료의 기념품을 드립니다.?-일시:10월6일 오전 7시30분-9시?-장소:호암아트홀(서울 중구 서소문로88)?-참가신청:080-023-5005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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