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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큰딸 살해·작은딸 살해미수 친모 징역 8년 선고…작은딸, 엄마 처벌 원치 않아

중앙일보 2016.09.21 14:32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20대 큰딸을 살해하고 작은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 경찰에 자수한 4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작은딸은 “엄마가 처벌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허경호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장모(48·여)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피해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매우 중한 사건”이라며 “피고인의 범행 당시 피해자들은 성인이었는데 아무리 부모라도 자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큰딸의 시신을 감추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해자인 작은딸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범행 당시 우울증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싱글맘인 장씨는 지난 3월 2일 오후 남양주시 오남읍 자신의 집에서 큰딸(29·회사원)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여 재운 뒤 이튿날 새벽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당시 작은딸(23·대학생)도 같은 방법으로 재운 뒤 살해하려 했지만 알람 소리에 작은딸이 잠에서 깨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후 장씨는 이틀 후인 같은 달 5일 새벽 작은딸(23·대학생)을 다시 살해하려 했지만 재차 미수에 그쳤다. 이번에도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번개탄 2개를 피워놓고 밖으로 나갔다. 장씨는 이날 오후 6시쯤 돌아왔지만, 작은딸은 머리가 아파 깨어나면서 화를 면했다. 작은딸은 당시 잠든 상태에서 번개탄을 건드려 얼굴에 화상까지 입었다. 장씨는 고통스러워하는 작은딸을 보고 생각을 바꿔 병원에 데려갔다. 작은딸은 엄마가 숨진 큰딸의 시신을 베란다에 옮겨 놓고 물건으로 덮어 놓아 언니가 숨진 사실을 몰랐다.

장씨는 15년 전 자신이 진 부채 문제로 남편과 이혼한 뒤 식당 아르바이트 등으로 두 딸과 생계를 유지해오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우울증 치료약 값이 비싸 대신 처방받은 수면제에 의존해왔다. 장씨는 자신이 먹던 이 수면제를 두 딸에 먹여 범행에 사용했다.

장씨는 “생활고가 너무 힘들어 죽으려 했다. 혼자 자살하면 딸들이 어렵게 살아갈 것 같아 딸들을 먼저 죽이고 자살하려 했다”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했다. 장씨는 이후 나흘 뒤인 같은 달 9일 친언니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수했고,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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