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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울리는 연이율 240% 카드깡 기승…피해 예방법은?

중앙일보 2016.09.21 12:01
강 모씨는 ‘SC론’이라는 대출업체로부터 “싼 금리로 급전을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침 병원비가 급히 필요하던 그는 1000만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업체는 “신용도 확인을 위해 신용카드 정보가 필요하다”며 강 씨로부터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카드뒷면 CVC번호를 받아냈다. 이후 선 이자로 “150만원를 떼겠다”며 850만원만 강 씨 계좌로 입금했다. 그런데 한 달 뒤 강 씨는 전혀 모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2개월 할부로 1420만원이 결제된 카드이용내역서를 받았다. 강 씨는 고금리 이자 150만원도 모자라 420만원의 가짜 물품 결제액과 12개월 할부수수료까지 물게 됐다. 대출업체가 강 씨 의사와 관계없이 가짜 물품 거래를 통해 대출금보다 많은 돈을 빼간 ‘카드깡 대출사기’였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이런 내용의 카드깡 실태를 공개하고 척결대책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대책을 내놓은 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카드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월~올해 6월 발생한 카드깡 피해만 2만7921건이다. 카드깡은 유령가맹점에서 거래를 한 것처럼 카드 결제를 한 뒤 결제액을 현금화하는 대표적인 음성거래행위다. 그간 카드깡 업자는 주로 세금을 피하려는 기업ㆍ자영업자에게 카드대금을 현금으로 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겼지만 최근에는 서민대출사기로 영역을 확대했다.

금감원이 올해 5월 카드깡 대출사기 피해자 696명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407만원이었다. 그러나 연리 240%의 대출이자와 연리 20%의 카드 할부수수료를 합치면 실제 부담금액은 대출금의 1.7배인 692만원이나 됐다. 특히 지난해 카드깡 대출 고객 중 23.5%는 올해 6월 현재 카드 대금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대금 할부기간이 내년말까지인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드깡 대출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저금리 대출 권유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통상 카드깡 업체는 신한금융ㆍ우리금융ㆍSC론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해 “저렴한 대출”이라며 접근한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전화를 해 대출을 권유하는 경우는 없다.

카드정보를 알려줘서도 안 된다. 카드깡 업체는 신용도 확인에 필요하다며 카드정보를 요구한다. 피해자 중에는 비밀번호만 알려주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에 다른 정보를 쉽게 말했다가 카드깡 사기를 당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몰라도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번호만 알면 카드깡 업자가 원하는 금액만큼 결제를 할 수 있다. 카드깡 이용 사실이 드러나면 카드거래 한도 축소나 거래 제한 같은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피해자 중에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걸 우려해 대신 카드깡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할 때는 공식 서민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금감원의 서민금융 1322 홈페이지(s1332.fss.or.kr)이나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http://finlife.fss.or.kr), 공적 대출중개회사인 한국이지론(www.koreaeasyloan.com)에서 자신의 신용도나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또 3대 서민금융상품(햇살론ㆍ새희망홀씨ㆍ미소금융)을 통해 급전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금감원은 카드깡 대출사기 근절을 위해 유령가맹점 등록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카드 가맹점 신규 등록 시 가맹점 모집인이 예외없이 영업현장을 방문해 실제 영업여부를 확인하고, 현장 실사 증빙 자료를 신청서에 첨부하도록 했다. 허술한 가맹점 심사가 유령가맹점을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지금까지는 카드 가맹점 신청이 들어오면 일부 유의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형식적 심사만 한 뒤 등록을 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함께 카드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서 카드깡 의심거래를 발견하면 즉시 가맹점을 현장실사하고, 유령가맹점으로 확인되면 카드거래를 중단하도록 했다. 고객확인에만 약 3개월이 걸려 그 사이 카드깡 업자가 잠적하는 현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또 지방자치단체ㆍ통신회사 등과 협조해 국세ㆍ지방세ㆍ통신비를 포함한 각종 요금 납부 대행을 가장한 카드깡을 철저히 차단하기로 했다. 류찬우 금감원 부원장보(비은행 담당)는 “적발된 카드깡 업자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국세청에 통지해 세금부과 등에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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