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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 되풀이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2016.09.19 20:46 종합 30면 지면보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들에 대한 무더기 증인 채택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이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하고 나서면서 그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어제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1차적으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15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여야 간사가 추가 협의키로 했다. 야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월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이재용 재단 이사장의 지배력이 확대됐다”며 이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내수·수출 차량의 품질과 가격 차별 논란을 이유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을 최소화한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에 따라 재벌 총수 증인 채택은 일단 보류된 상태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임지훈 카카오 대표,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등(이상 국토교통위원회), 이수만 SM 회장, 장동현 SK 텔레콤 사장 등(이상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가 나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국감을 보면 재벌 총수나 기업인들에 대한 신문이 생산적이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형식적이고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대개 아침부터 차례를 기다리다 1~2분 답변을 하고 자리에 앉곤 했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국감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직무와 관련해 반드시 물어야 할 문제가 있으면 불러야 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기업인들을 줄줄이 불러놓고 망신을 주거나 호통 치는 데 그친다면 ‘국감 갑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인상을 줘서야 되겠는가. 각 상임위는 해당 기업인들의 국감장 출석이 꼭 필요한지, 납득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지를 따진 뒤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품위와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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