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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상 최대 기업 대표단을 중국에 보낸 까닭은?

중앙일보 2016.09.19 18:27
일본 대기업 CEO로 구성된 일중경제협회(회장 무네오카 쇼지 신닛테츠주금 회장) 대표단 230명이 20~2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간 경협 확대를 모색한다. 일중경제협회는 1975년부터 해마다 중국을 방문해 산업 협력과 통상 확대를 꾀해왔으며 이번 대표단 규모는 역대 최대다. 일본 기업 70개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대표단 방중에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原定征)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과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참가한다.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대표단은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국가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중국 요인과의 면담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일중경제협회 방중단은 6년만에 중국 총리와 면담한 바 있어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표단은 중국 정부나 기업과의 회담을 통해 중일간 영토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인할 생각이다. 대표단은 또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문제와 에너지 절약, 벤처기업 육성, 인프라 정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는 항저우 G20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진 의제다. 일본 측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물류 개선 등 비즈니스 환경 개선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대표단은 베이징 일정 후 지방도 시찰한다.

현재 중일 관계는 정치와 경제 모두 냉각된 ‘정랭경랭(政冷經冷)’ 상태다. 정치는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토 분쟁,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를 둘러싼 입장 대립으로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달 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난달 말 아프리카를 무대로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적극 견제하는 외교를 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 항저우에서 시 국가주석과 1년 5개월만에 정상회담을 하고 동중국해에서의 방위 당국간 연락메커니즘 구축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지만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치ㆍ외교 분야 대립은 경제의 발목도 잡고 있다. 일본의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지난해 32억1000만달러(약 3조5935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2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과거에도 중일 관계가 악화됐을때 정·재계 집단 방중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일중경제협회 대표단 220명이 중국을 방문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총무회장이 3000명의 정·재계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일본 경제 대표단을 맞는 중국 입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국제 전문지 환구시보와 참고 소식의 웹사이트가 230여 명의 방문 계획을 보도하는데 그쳤을 뿐 주요 관영 매체는 언급조차 않았다. 대신 19일 일본의 신안보법 통과 1주년을 맞아 전쟁이 가능해졌다며 우려 섞인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16일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남중국해 합동순찰 시행을 선언한데 대해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신안보법을 내놓은 일본이 사건을 일으켜 군사적 대두를 실현하려는 동향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본 경제 사절단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2015년과 달리 부총리급 면담만 성사되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대표단의 방중이 정치나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도쿄·베이징=오영환·신경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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