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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현 문단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폭로…SNS에서 격론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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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1세기문학]


김현 시인(36)이 최근 발간된 계간지 '21세기문학' 가을호에 한국 문단 일각의 여성혐오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시인은 자신이 학교와 군대에서 경험한 여성혐오 문화를 짚은 후 "지금까지의 일은 특별하지 않다. 이제부터가 제가 언젠가 어디에선가 꼭 하고 싶던 이야기"라며 남성 문인들의 성적 추행과 폭언의 사례들을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해 폭로했다.

김 시인의 글에 따르면 송년회에서 만난 한 남성 문인은 여성 시인에게 맥주를 따르라고 했다. 맥주가 컵에 가득 차지 않자 태연하게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갖다대고 오줌 싸는 시늉을 했다. 복수의 남성 문인들은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 이름을 열거하며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해 순번을 정하며 점수를 매겼다.

또 다른 어느 시인은 술만 취하면 "여자가 무슨 시를 쓰느냐"고 말했다. 남성 문인들만이 아니다. 한 여성 시인은 동료 여성 시인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며 “명예남성”을 자처했다. 해당 문인들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돼 있다.

김 시인은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요?"라고 썼다. 이어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고 동료 페미니스트 문인들을 향해 "문단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 기록물"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김 시인의 글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단에 발을 들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교차한다"며 "후배시인의 용기에 일단 분명한 지지의사를 밝힌다"고 썼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 문단 그리고 여성혐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단'이라는 곳에서는 종종 '시민 이하'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관대하게 보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이젠 그런 곳을 문단이라고 보호해 줄 어떤 언턱거리도 없다. 문학이 별 게 아닌데 문단이 별천지일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구설수에 휘말린 시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어 빠진 기사가 사람을 이렇게 죽일 수도 있겠구나"라며 "(여혐) 이후의 삶이 더 절박한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시인의 SNS에서는 댓글을 통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병채 인턴기자  lee.byungchae@joongang.co.kr
[사진 21세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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