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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선 때 질러놓고 법안 발의도 못한 3당 간판 공약들

중앙일보 2016.09.19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3월 14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여성들이 임신·출산·보육에 관해 원스톱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식 마더센터(Mother Center)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김 대표는 “마더센터 등 5대 핵심 공약을 20대 국회 임기 1년(2017년 5월 30일) 이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세비 1년치를 반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새누리 “시·군·구에 마더센터”
더민주 “저소득층 부채 탕감”
국민의당 “의원소환제 도입”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도 같은 날 공약 발표식에서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가운데 저소득층 소액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 부채의 일괄 소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역구 유권자 15%의 찬성으로 국회의원을 소환투표에 회부해 3분의 1 투표, 과반 찬성으로 파면할 수 있게 하는 국회의원 소환제를 정치 공약 1호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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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원일로부터 112일. 3당의 4·13 총선 공약집을 토대로 대표 공약 이행상황을 추적해 보니 상당수 공약이 법안 발의는 물론 추진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공약집에서 약속한 사안(60개) 중 관련 법안을 발의한 건수가 20개(33.3%)에 불과했고 더민주는 43개 공약 법안 가운데 24개(55.8%), 국민의당은 44개 법안 중 31개(70.5%)를 발의한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각 당이 공약을 발표할 때부터 실현 가능성이 작은 포퓰리즘 공약이란 지적을 받은 공약일수록 법안 발의 실적이 떨어졌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 이후 사라진 대표적인 공약이 마더센터였다. “시·군·구마다 은행과 대형마트 같은 접근이 쉬운 곳에 최대한 만들겠다”고 했던 마더센터는 전국에 아직 한 곳도 만들어진 곳이 없다. 물론 관련 법안 발의 실적도 전혀 없는 상태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U턴 경제특구를 설치해 매년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겠다’ ‘동북아 해양관광 메카 조성을 목표로 수중레저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한 경제특구법안이나 수중레저법도 발의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총선공약개발단 자문위원장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총선 패배로 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된 뒤 공약 이행을 위한 당 차원의 동력이 약해졌다”며 “최근 이정현 대표에게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으며 내년 예산 심사가 끝나는 대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도 1000만원 이하 서민 가계부채 탕감 공약은 추진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더민주가 당시 발표한 가계부채 3단계 대책법안(서민금융생활지원법·통합도산법·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중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추심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권공정추심법 개정안만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퓰리즘 공약’일수록 발의 실적 떨어져
김영주 더민주 가계부채대책TF 단장은 “소액대출을 일괄 탕감해 줄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큰 데다 (대출)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문제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 직후 공약이행점검단을 설치해 3당 가운데 20대 총선 공약 법안 발의 실적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회의원 소환·파면제는 이행을 포기한 상태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의원소환제의 경우 현행 헌법상 국회의원은 본회의 제명 절차 이외 별도 탄핵소추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아 개헌사항”이라며 “나머지 공약에 대해선 120여 개 법안을 이미 성안해 정기국회 내에 발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때마다 정당은 감당하지 못할 공약을 내걸고 있고 국민도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아 주는 상황이 매번 반복되는 꼴”이라며 “선거 이후 정당별 대표 공약 이행상황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공약이행점검 표를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달부터 정당들이 검증 없이 포퓰리즘 입법을 남발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국회입법감시단’을 발족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도 “여전히 선거 때마다 공약을 내걸고 표만 얻어 간 뒤 ‘나 몰라라’ 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약을 법안으로 만들어도 의원 입법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경우 제대로 입법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발의 절차가 간단해 포퓰리즘 법안을 양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 법안에 대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재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041건으로 19대 같은 기간(1608건)보다 400여 건 많지만 처리건수는 아직 0건이다.

정효식·최선욱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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