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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까지 바뀌는 금융 CEO 11명, 또 낙하산 오나

중앙일보 2016.09.19 01:52 종합 2면 지면보기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실세’로 불렸다. 그는 퇴임 후 IBK기업은행장 내정설이 돌았다. 이런 그가 지원한 자리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이었다. 지난 12일 마감한 임기 3년의 거래소 차기 이사장 공모에는 정 전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전직 고위 관료 등을 비롯한 5명이 지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소가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이사장 자리가 인기가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최경수 현 거래소 이사장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재훈 AIIB 이동이 인사 기폭제
연임 포기한 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금융 실세’로 불리던 정찬우 지원

거래소 노조는 “이사장 임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서둘러 진행된 임명 절차는 정권 실세 금융관료를 자본시장의 수장으로 앉히려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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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반 취임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한꺼번에 다가오면서 후임자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회사와 금융 공공기관은 총 11곳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를 앞두고 ‘큰 장’이 펼쳐지자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인+마피아) 낙하산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유력 인사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CEO 선임 절차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의 기폭제가 된 건 지난 12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 선임이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했다”는 폭로 이후 잠적한 홍기택(전 산업은행 회장) AIIB 부총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1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유 사장을 AIIB로 보내기로 하면서 후임 인사가 줄줄이 앞당겨졌다.

예탁결제원은 이달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한 뒤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30일 서근우 현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23일까지 차기 이사장 공모를 받는다. 임추위의 서류 검토와 후보자 압축, 면접,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서 이사장 임기 내에 후임자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곳은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과 김규옥(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차기 이사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 전 실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김 부시장은 예탁결제원의 차기 사장 후보로도 각각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장 인사도 연말부터 속속 진행된다. IBK기업은행장은 대통령이 은행장을 임명하는 공공기관이고,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장은 권선주 현 행장 연임이나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의 선임 등이 가능한 카드로 거론된다. 우리은행은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영화 책임 차원에서 현 이광구 행장이 1년 더 연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내부 승진자가 차기 행장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 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이 한꺼번에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이미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조 행장은 신한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조 행장 외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도 차기 회장 후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KB국민은행장을 분리해 신임 행장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주택은행(2001년 국민은행과 합병)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은행장으로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CEO가 불러온 대우조선 부실, AIIB 부총재직 상실 등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관료 출신이라고 역차별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성이 없는 인사는 철저히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기 만료가 임박하기 전에 미리미리 임추위를 꾸려 후보군을 압축한 뒤 적임자를 선임하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경·심새롬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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