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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월성 땅 밑 10㎞서 6.5 지진 땐, 충격 있지만 원전 안전”

중앙일보 2016.09.19 01:43 종합 5면 지면보기

경주 지진(규모 5.8) 발생 이후 원자력발전소(원전) 안전 여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동 중 원전들 내진 설계 보강돼
기준 넘어선다고 바로 문제 안 돼
후쿠시마도 진동 아닌 쓰나미 탓


나성호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웬만한 지진이 와도 현재 안전 기준이면 원전은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최대지진평가를 재실시해 안전 기준을 상향 조정하라”고 맞선다. 과연 원전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팩트를 체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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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성 원전 2호기

원전 안전 기준은 ▶수동정지 기준 ▶내진설계 기준 ▶자동정지 설정 기준 ▶내진성능 기준 등 네 가지다. 경주 지진 직후 월성 원전 1~4호기가 가동을 중단한 것은 ‘수동정지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은 원전에 도달한 진동의 세기(진도)가 0.1g를 넘어서면 수동으로 발전소를 멈춘다. 경주 지진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안정성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원전을 멈춰 세운 것이다. 지반이 얼마나 강하게 흔들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는 최대지반가속도로 표현하는데 이 수치를 측정하는 단위가 g(gravi tational acceleration·중력가속도)다.

실제 원전의 안전을 대표하는 지표는 ‘내진설계 기준’이다. 이는 원전 구조물이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지진 세기를 뜻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0.2g, 건설 중인 원전은 0.3g가 내진설계 기준이다. 중요한 건 일반 건축과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건물과 달리 원전의 내진설계는 건물이 ‘전혀’ 손상되지 않는 수준을 요구한다. 0.2g가 기준이라면 이 충격에선 원전의 벽돌 한 장도 안 깨진다는 의미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내진설계 기준(0.2~0.3g)을 넘어선다고 바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초대형 쓰나미가 닥치기 전까지는 내진설계 기준을 초과한 진도에서도 안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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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원전 바로 아래 10㎞ 깊이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진도 6.5는 지표에 0.275~0.3g 수준의 충격을 준다. 이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0.3g의 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극한 상황에서 안전성 평가)에서 가장 노후된 월성1호기·고리1호기의 핵심 설비가 안전하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다. 경주 지진(0.1g)보다 1024배 강력한 에너지(0.3g)가 지표를 흔들어도 원전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내진설계 기준이 0.2g인 원전도 추가 보강작업을 완료해 0.3g에 준하는 강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고 규정인 ‘자동정지 설정 기준’도 있다. 이 기준은 0.17~0.27g다. 물론 원칙대로라면 수동정지 기준에 따라 그보다 미미한 지진에 원전 가동을 멈췄겠지만 원전 관리자가 대피한 이후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원전 건물이 파괴되지 않고 손상을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정도는 ‘내진성능 기준’으로 표기한다. 우리나라 원전은 0.9~1.3g 안팎이다. 진도 11 이상의 수퍼 지진이 원전 바로 아래에서 발생할 경우 원전 골조가 파괴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원자로가 들어 있는 격납용기다. 격납용기만 안전하면 피폭 우려도 없다. 격납용기 안전의 기준은 바로 이 내진성능 기준이다.

기준이 이처럼 엄격한데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원전 안전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와 별개로 신속한 원전 위기 대응 체계를 수립하는 건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본지 9월 1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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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지진 때 KTX 사망사고…코레일 작업 감독자 당시 현장에 없었다


전제는 이 기준을 평가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자로 건설 시 안전성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면 엄격한 기준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동근 성균관대 건축공학과(구조공학) 명예교수는 “현행 원전 기준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충분히 안전하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핵연료가 누출된 적이 있다. 최악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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