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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 빼려다 마약류 ‘나비’에 빠진 강남 성형외과 간호사들

중앙일보 2016.09.19 01:14 종합 12면 지면보기
국내 유명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을 통해 마약류 의약품인 펜터민을 불법으로 구입·복용해 온 강남 일대 성형외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제약사 직원 통해 펜터민 구입
간호사·간호조무사 10명 입건

서울 강남경찰서는 펜터민 30~150정씩을 불법 구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강남의 한 병원 간호조무사 마모(41·여)씨 등 10여 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약품을 판매한 A제약회사 영업사원 최모(27)씨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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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터민은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살 빼는 약’으로 불린다.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알약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일명 ‘나비’라고도 한다. 의존성과 중독성이 있어 비만 치료에 쓸 때도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소량만 단기간 복용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피의자들은 모두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다. 이 중엔 1년 넘는 기간 동안 150정 이상을 구입해 복용한 이도 있다. 펜터민은 30정(1박스)에 2만~4만원에 판매된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병원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최씨를 통해 약을 구입했으며 살을 빼려는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부가 약에 중독돼 구입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특히 경찰은 펜터민 불법 거래가 강남 일대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남 지역 성형외과에선 프로포폴·졸피뎀과 같은 마약류 약품의 절도나 불법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A제약회사에 대한 강제 수사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업사원 최씨가 불법적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도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오랜 기간 병원 관계자들과 은밀한 거래를 해 왔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A사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회사이며 최씨가 관리하는 강남 지역 병원은 10곳 이상이다.

경찰은 또 최씨 외에 다른 영업사원들이 암묵적으로 펜터민 거래를 해 왔을 수도 있다고 본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거래가 다른 병원들에서 이뤄진 정황이 추가로 발견되면 수사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류 펜터민, 식약처 규제 풀어 논란
펜터민은 각성 효과가 있어 클럽 등에서 젊은 층이 엑스터시처럼 몰래 복용하기도 한다. 오·남용과 부작용 위험 때문에 2013년 9월부터 국내 시장 신규 진입이 금지됐다. 2013년 8월 이전까지 펜터민 성분 의약품을 제조하던 제약사들만 계속 생산·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같은 허가제한을 2017년 말부터 해제한다고 지난달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약사들만 이익을 과점한다는 다른 제약사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설치가 내년 말 완료되면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과 조제 실태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강남 지역의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불법 거래가 만연해 있는데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규제부터 푸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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