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훈은 스테들러 연필, 박완서는 파커 만년필, 존 스타인벡은 ‘블랙윙’

중앙일보 2016.09.19 00:53 종합 20면 지면보기
디지털 기기가 속속 쏟아지지만 여전히 옛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연필로 꼭꼭 글씨를 눌러써야 작품이 써진다고 고집하는 작가들이 그런 부류다.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옮겨간 이현세(60) 화백이 대표적이다.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이를 스캔해 컴퓨터로 뒷작업을 한다. 소설가 김훈에겐 몽당연필의 이미지가 항시 뒤따른다. “연필이 아니면 한 자도 쓸 수 없다”고 하는 그는 독일 스테들러 연필을 쓴다. 고은 시인은 볼펜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는 파커 만년필을 친구 삼아 작품 활동을 했다.
기사 이미지

『분노의 포도』를 쓴 작가 존 스타인벡(아래쪽)이 사랑한 블랙윙 602 연필(사진).

 
기사 이미지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도 연필을 아꼈다. 그는 ‘딕슨 타이콘데로가’로 스타워즈의 ‘보이지 않는 위험’의 시나리오 초고를 썼다. 발명가 조셉 딕슨은 1873년 미국 뉴욕의 타이콘데로가에 있는 흑연 회사를 사들였다. 연필 생산을 위해서였다. 이후 1913년 이 거리 이름을 딴 연필을 만들면서 ‘노란색 연필’ 열풍을 일으켰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영국 작가 로알드 달도 이 연필을 사랑했다. 매일 아침 연필 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깎은 다음에야 일을 시작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은 ‘블랙윙 602’ 연필만 고집했다. 98년 생산이 중단됐지만 명사들의 사랑으로 입소문 난 이 연필은 이베이에서 개당 30달러에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 업체가 팔로미노 블랙윙이란 이름으로 되살렸지만 원조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진 못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