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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식탁에 오르는 미세플라스틱

중앙일보 2016.09.19 00:33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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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 혹은 microbeads)은 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생성된다. 또 화장품·세안제·각질제거제·치약 등에 들어 있던 게 바다로 들어가기도 한다. 화장품·치약을 한 번 쓸 때마다 수만~수십만 개씩 배출되지만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만 하루 8조(兆)개씩 배출된다.

어린 바닷물고기가 이를 삼키면 움직임이 둔해져 포식자를 잘 피하지 못한다. 유해 화학물질을 잘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굴은 번식·성장이 저하된다. 작은 생물의 몸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더 큰 생물로 옮겨가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는 물론 우리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국립 화둥(華東)사범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인 ‘환경과학기술’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중국 연안에서 생산된 소금 제품 15종에서 ㎏당 550~68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대부분 지름이 0.2㎜ 미만이었고, 55%는 재질이 페트병 재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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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런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지만 중국 바다와 이어진 우리 서해안 천일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치·젓갈을 통해 지금도 식탁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들은 화장품 등에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하지 못하도록 규제에 나섰다. 캐나다는 이미 규제에 들어갔고, 미국도 내년 7월부터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도 내년 중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2018년부터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우리 국회에서도 화학물질평가법과 화장품법, 식품의약품법을 개정해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최근 시작됐다.

하지만 규제와는 별도로 국내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 생태계 피해와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이 시대는 이미 인류세(人類世 )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새 지질시대의 지층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콘크리트 덩어리, 핵실험 방사성 물질이 쌓여 있다. 인류가 내버렸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거기에 위협을 받는 지금 인류의 상황은 과거 지구를 호령하다 끝내 사라져버린 공룡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전철(前轍)을 피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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