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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구구팔팔삼사!” 실현 위해 노인전문의 양성 필요

중앙일보 2016.09.19 00:02 주말섹션 7면 지면보기
전문의 칼럼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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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대수명은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4년 기준으로 남자가 79.7세, 여자가 85.5세다. 1970년에 비해 남녀 모두 약 20년이 늘었다. 이는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거의 두 배 빠른 속도다.

노인 90.4%가 만성질환
합병증 예방, 정서적 안정
노인의료정책 목표 돼야


하지만 건강수명은 남자 67.9세, 여자 67.6세로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약 20년 이상을 여러 만성질환과 이와 동반된 합병증, 신체장애로 고통 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90.4%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이 중 72.3%가 2개 이상의 만성질환 앓고 있다. 3개 이상도 49.4%나 됐다. 의료비도 가파르게 상승해 2015년 기준 노인진료비는 21조원을 넘어 전체 의료비의 36.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되는 2030년에는 47.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60년에는 390조원을 넘어 올해 국가 예산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료 지원과 정책 수립은 비단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추구뿐 아니라 의료재정 안정화와 경제 사회적 안정을 위해 범국가적으로 다뤄져야 할 중요한 문제다.

노인의료 정책의 일차적 목표는 대부분의 노인이 만성질환에 의한 합병증이나 장애 없이 신체·정서적 기능이 최적인 상태로 일상적인 삶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행하는 건배사인 ‘구구팔팔삼사(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앓고 사망한다)’에 이러한 소망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건배사를 힘차게 외친다고 우리들의 바람이 저절로 이뤄지진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노년층에서 흔한 만성 퇴행성 질환, 즉 심뇌혈관질환·암·치매·동맥경화·관절염 등의 발생을 최대한 늦추고 위험요인 관리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전문의사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노인 개개인의 모든 건강상의 문제를 한꺼번에 총괄적으로 다루고 관리할 수 있는 노인전문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노인전문의사는 다양한 임상과에서 다뤄지고 있는 모든 질병,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조정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도록 개인별 식생활 습관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각종 예방주사나 암 검진의 수진 여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인의 건강매니저, ‘노인 주치의’의 역할이다. 고령화 시대에 예상되는 여러 경제·사회적 부담을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 양질의 노인 주치의가 양성될 수 있는 제도·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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