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수입산’은 안 된다

중앙일보 2016.09.19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품이 드는 전·송편뿐만 아니라 제사상을 통째 주문하는 가구가 많아졌다. 치솟는 물가 탓에 국산만 고집하지 않고 호주산 쇠고기, 러시아산 황태포 등 외국산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었다. 고인이 즐기던 빵이나 바나나 등 수입산 과일을 올리기도 한다. 달라진 차례상의 풍속도다.

호주산·러시아산·국산·외국산·수입산은 차례상에 올린 식재료의 생산지를 가리키고 있다. 잘못 사용된 말은 무엇일까?

‘-산(産)’은 지역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서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호주산 쇠고기’는 호주에서, ‘러시아산 황태포’는 러시아에서 생산됐다는 것이다. ‘제주산 옥돔’ ‘영주산 사과’처럼 지역명을 붙이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생산한 물건을 뭉뚱그려 일컬을 때는 ‘국산’ 혹은 ‘국내산’이라고 한다.

문제는 ‘필리핀산 바나나’ ‘중국산 고사리’와 같이 국가명을 붙이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물건을 포괄적으로 가리킬 때다. ‘국(내)산’에 대응하는 말로 ‘외국산’ ‘수입산’이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수입산’은 잘못된 표현이다.

외국의 물품을 국내로 사들이는 게 ‘수입’이므로 ‘수입산’이란 말의 조합은 어색하다. ‘-산’은 장소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는다. ‘수입’은 지역이 아니므로 ‘수입산 과일’은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수입 과일’로 고쳐야 한다. ‘-산’을 붙이려면 ‘외국산 과일’이라고 해야 바르다.

“한우 가격 급등으로 수입산 쇠고기를 찾는 서민이 부쩍 늘었다”도 마찬가지다. ‘수입산 쇠고기’ 대신 ‘수입 쇠고기’ ‘수입육’ ‘외국산 쇠고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