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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핵심 팔아 생긴 실탄 1등 부문에 쏟아 붓는다

중앙일보 2016.09.19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삼성전자는 투자 효율화 차원에서 일본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샤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 해외 기업 네 곳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18일 밝혔다.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단 전략이다. 이 회사가 프린팅 사업부를 휴렛패커드(HP)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게 12일인데,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또 나온 매각 발표다. “삼성 그룹의 ‘1등 사업 집중 전략’이 삼성전자에서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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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린팅 사업부 매각 이어
샤프 등 해외 기업 4곳 지분 처분
시너지 확대 위해 본격 M&A 전망

이날 삼성전자가 정리했다고 발표한 지분은 ▶ASML의 지분 1.5%(630만주)를 비롯해 ▶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전문회사 시게이트의 주식 4.2%(1250만주)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의 지분 4.5%(480만주) ▶샤프의 지분 0.7%(3580만주) 등이다. 모두 2010년 이후 사업 협력 차원에서 사들인 지분이다.

ASML의 경우 반도체 핵심 장비인 ‘노광기(빛으로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돈을 보태기 위해, 시게이트는 HDD 사업을 넘기며 투자 차원에서, 램버스는 D램 설계 특허권과 관련해 협상력을 높이려고, 샤프는 LCD 공급선을 다변화하느라 손을 잡으며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투자를 거둬들이는 건 “더 이상 투자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서”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지분을 매각해도 협력 관계에 큰 변화가 없는데다, 일부 지분의 경우 주식 가치가 올라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시게이트의 경우 지분 확보 시점보다 3배 이상으로 주가가 올라 큰 이익을 삼성전자에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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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각 작업으로 삼성전자가 쥐게 될 현금은 1조원 안팎이다. 특히 ASML 지분을 팔아 들어올 돈이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 돈이 급해 지분을 판 건 아니다.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차입금을 빼도 64조9000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잇단 매각 소식이 “1등 할 사업에만 집중하자”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삼성전자의 구조조정 작업은 더 속도를 올릴 거란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해 온 2014년 5월 이후 빠르게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왔다. 2014년 11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 등 화학·방산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팔았고, 이듬해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을 롯데에 넘겼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자체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느렸다. 지난주 프린팅 솔루션 사업부 매각은 2014년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 사업을 옵티스에 넘긴 뒤 발표된 첫 매각 소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그룹 차원의 비핵심 사업 정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삼성전자 내부의 포트폴리오 점검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압승을 거둔 삼성전자는 이제 중국 기업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큰 숙제”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정리해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련한 현금으로 삼성전자는 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걸로 업계는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스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그리고 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 등을 사들였다. 지난 7월엔 자동차 전기장비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중국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의 중요한 과제는 외부 역량을 활용해 내부의 역량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다양한 사업을 연결시켜 시너지를 내야한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기존의 조직을 고수하면 사업부 간 담을 허물기 어렵다”며 “미래 성장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사들여 외부로부터 혁신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김경미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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