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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어야 사는 한국 경제…내년 건설경기 먹구름에 긴장

중앙일보 2016.09.19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한국 경제의 건설 투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그 빈자리를 ‘건설 투자’가 대신하고 있는 양상이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내수 시장을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 이런 와중에 내년부터는 건설 경기마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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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산업연구원의 ‘최근 실물경기의 건설투자 의존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건설 투자가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51.5%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3% 중 절반이 넘는 1.7%포인트를 건설 투자가 이끌었다는 뜻이다. 1993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4개 분기 건설투자의 수출성장 기여율은 40.1%다. 같은 기간 GDP성장률 3% 중 1.2%포인트를 건설투자가 책임진 것이다.

건설 투자 성장 기여 비율 51%
수출 성장 기여도는 계속 낮아져

반면 수출의 성장 기여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2000~2014년 0.8%포인트였던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4분기에는 -0.8%포인트를 기록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4분기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2000~2014년 평균에서 1.6%포인트 하락한 반면 건설투자는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며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한 것의 약 63%를 건설투자가 대신 보전해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투자의 상승세를 이끄는 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건설시장이다. 주택 투자의 최근 4분기 평균 증가율은 21.9%로 전체 건설투자 증가율의 약 2배에 이른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투자 급증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는데다 주택건설 관련 규제가 완화된 것에 힘입은 것”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건설투자가 경기 급락을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건설에만 의존하는 성장구조는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크다”며 “지난해 기준 한국 합계 출산율이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인 상황에 과열된 주택 건설 투자는 공급과잉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한 가계부채(2분기 1257조3000억원)와 맞물려 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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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년엔 건설 부문의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발표한 ‘2017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예상치인 7.3%의 절반 수준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과잉 공급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내년엔 건설 투자를 줄일 요인이 많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사회간접자본(SOC)의 국가 예산 규모가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 공공부문에서도 건설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도 건설에 주로 의존하는 ‘외바퀴 성장’구조는 한국경제에 좋지 않다. 향후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 연구위원은 “최근의 건설투자 의존형 성장은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채 추동형 성장(debt fueled growth)’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1990년대 건설투자 의존형 경기부양책을 추진했지만 공공부채만 늘어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에 주력해 내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유망 수출 물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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