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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못 구한 장병 공짜로 태워준 버스 기사…일부 네티즌 "여혐"이라고 비난

중앙일보 2016.09.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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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석 때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풍경. [중앙포토]

할머니가 위독해 휴가를 받은 육군 장병이 표를 못 구하자 한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에 무료로 태웠다. 그리고 이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이 비난하자 이 운전기사는 해당 글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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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고속버스 운전기사라 소개한 아이디 ‘메XX’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 B 사이트에 지난 15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군인양반’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추석 당일인 그날 12시간 51분 운전한 주행기록도 사진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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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올린 글 원문. 현재 이 글은 삭제됐다. [사진 인터넷 B 사이트 캡처]

내용은 이렇다.

“명절이라 버스 터미널은 붐볐다. 출발 10분 전 한 육군 병사가 내 버스 앞에서 왔다갔다했다. 물어보니 ‘집에 가야 하는데 표가 매진이었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위독해 청원휴가를 냈다고 한다.

그래서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사를 안내원 의자(보조석)에 앉게 한 뒤 출발했다. 계속 버스비를 준다는 병사에게 ‘택시비나 하라’며 만류했다.”

이 운전기사는 댓글을 통해 추가적으로 “전투화에 흙이 묻어 있어서 태워줬다. 급하게 나온 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미리 받은 휴가였다면 전투화를 깨끗이 닦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널리 퍼졌고 많은 네티즌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군복무 경험이 있는 남성 네티즌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글쓴이는 18일에 ‘버스기사입니다.. 죄송합니다’는 글을 올리고 15일에 쓴 글을 삭제했다.

그는 “악플도 많고 여혐(여성혐오)이니 뭐니, 여자였으면 안태워줬니 뭐니, 왜 돈을 안 받고 태워줬니 쪽지 그만들 보내라”며 “내가 잘못했다. 이제는 원리원칙대로 행동하겠다”고 적었다.

예상과 달리 그의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아 당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혐오 논란까지 번진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이런 일이 생겨도 나는 또 태울 거다. 대신 그냥 조용히 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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