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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당신, 차 몰면 음주운전 하는 셈

중앙선데이 2016.09.18 00:33 497호 27면 지면보기

물만 잘 마셔도 장수할 수 있다. ‘최고의 건강 파수꾼’인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자. [중앙포토]



쾅쾅쾅. 급한 노크와 함께 911대원이 들이닥친다. 전화한 지 5분 만이다. 필자와 룸메이트는 생전 처음 앰뷸런스를 탔다. 미국 유학시절이다. 룸메이트가 뭘 잘못 먹었는지 토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조용해져서 괜찮은가 했더니 웬걸,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응급실의사는 “럭키(lucky)” 라고 했다. 바이러스성 장염 탈수로 응급상황이었다. 구토, 설사로 인한 이런 급성탈수는 위험하지만 드문 일이다. 그러나 평상시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는 ‘가벼운 목마름’은 자주 있다. 문제가 될까? 가랑비에 옷 젖는다. 만성탈수는 장수유전자에 못질을 한다. 미 과학자들은 ‘생수 자주 마시기’를 ‘최고의 건강파수꾼’으로 선정했다. 운동·생수·땀은 운동계절 가을의 건강 키워드다. 물을 제대로 마셔보자.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탈수와 건강

아침부터 룸메이트가 바쁘다. 장거리 차량 여행 준비 때문이다. 물은 가능하면 안 마신다. 길은 막히는데 소변이 급해지면 난감해진다. 물 안 마시면 소변걱정은 줄지만 사고는 늘어난다. 2015년 영국 연구팀은 두 그룹의 운전능력을 운전시뮬레이터로 조사했다. 한 그룹은 실험 전날 2.5ℓ를 나누어 마신 ‘정상’그룹, 다른 하나는 정상의 4분의 1을 마신 ‘목마른’ 그룹이었다. 운전테스트 결과 ‘목마른’그룹이 배나 많이 사고를 일으켰다. 브레이크를 늦게 밟고 중앙선을 넘어갔다. 이런 운전은 혈중알콜농도가 단속기준(0.05%)을 넘어선 0.08%인 상태에서 음주운전하는 것에 해당한다. ‘물 좀 적게 마신다고 별 일이 있겠냐’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두뇌가 둔해진다. 무엇보다 심장이 위험해진다.



 

‘클로토’ 유전자는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부족한 탈수 상황에서는 클로토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림은 수명을 결정하는 실을 뽑는 제우스의 딸 클로토(오른쪽). (‘죽음, 세 운명의 승리’, 런던 빅토리아박물관)



2% 탈수 때 혈관 신축성 26%나 떨어져사우나 안에서 팔굽혀펴기를 30개나 했다는 필자 무용담에 룸메이트가 눈이 동그래진다. 2006년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돌연사했다. 헬스사우나 러닝머신운동 후였다. 심장마비라 했다. 탈수가 심장에 영향을 줄까? 유럽 영양학회지에 의하면 20세 청년들이 1.5시간 가볍게 달리고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았더니 2% 탈수가 되었다. 목마르다고 느끼는 정도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심장혈관내피의 신축성은 무려 26%나 떨어졌다. 신축성 떨어진 심혈관은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유발한다.



동네 핫요가가 인기다. 땀이 많은 필자는 솔깃하지만 고 김형곤씨 생각에 멈칫한다. 괜찮을까? 한국인은 화끈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운동 후 고온사우나로 땀을 확실히 뺀다. 핫요가는 한 술 더 뜬다. 더운 실내에서 온몸을 움직여서 땀을 펑펑 쏟아낸다. 몸무게가 2㎏이나 준다. 다이어트 성공인가. 아니다. 땀이 일시 빠져서 그렇다. 기분은 개운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체중 60kg에 2kg의 수분이 줄면 3.3% 탈수상태다. 영국팀이 연구한 ‘운전사고 유발 탈수(1.1%)’보다 3배나 된다. 수분을 바로 채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1.5% 탈수는 두뇌인지능력 감소, 2%는 운동능력 10% 감소, 6%는 두통과 현기증 유발, 10%는 고열·졸도로 위험하다. 탈수에 열까지 더하면 응급이다. 90분 고강도 핫요가시 체온은 39.5도, 최대심박수는 기준치의 92%까지 올라간다.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시 땀은 시간당 1.5ℓ까지 나온다. 2시간이면 60kg 성인은 5% 탈수가 된다. 급성탈수의 경우 몸은 살아남기 위해 땀을 더 이상 안 내보낸다. 때문에 체온이 급상승한다. 혈액이 적어져서 저혈압상태가 된다. 이런 급성탈수는 모두 조심한다. 문제는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습관이다.



물을 하루 2ℓ를 마시는 청년이 3일간 1ℓ만을 마시면 무슨 일이 생길까? 몸무게가 2% 준다. 수분이 줄어든 결과다. 혈액 삼투압이 3% 높아진다. 바소프레신 호르몬이 급격히 분비돼 몸이 탈수상황임을 알린다. 소변량이 반으로 준다. 갈증은 반나절도 안 되어 심해진다. 그렇다고 일시적인 탈수에 그리 예민해질 필요는 없다. 하루 물을 제대로 안 마셨다고 해서 금방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신장은 나가는 소변을 농축해서 탈수 악영향을 최소화한다. 일시적인 탈수는 물만 보충한다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평상시 잘 안 마시는 습관이다. 물부족으로 세포는 늘 소금물에 떠 있는 ‘만성탈수’다. 세포가 약해지고 수명이 줄어든다. 노인은 특히 탈수에 취약하다. 갈증감각이 떨어지고 신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건강한 70세 노인 561명을 추적했다. 이들 중 15%가 평상시에도 물을 적게 마시는 만성탈수 상태였다. 10년 후 이들의 사망률은 40% 높았고 신체건강·활동 지수는 2배 낮았다. 탈수가 되면 왜 수명이 줄어들까?



 

탈수로 삼투압 높아지면 세포가 수축한다(왼쪽). 물이 너무 많으면 세포팽창과 저나트륨증을 유발한다(오른쪽). 가운데는 정상 상태.



만성탈수 상태 노인 사망률 40% 높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시 19세 소녀는 15일 후 구출됐다. 소녀는 화재 진압 때 흘러내린 물로 살아남았다. 사람은 물 없이 4일을 못 넘긴다. 하지만 낙타는 수주일을 물 없이도 산다. 물은 낙타 혹 지방 속에 스며들어있다. 물 없으면 지방 내 물이 쓰인다. 혈액은 별도여서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남는다. 인간은 물을 못 마시면 바로 혈액수분이 줄어 생명 자체가 위험해진다. 인류조상들은 강가에 살았다. 낙타와 달리 탈수에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인체 60%가 물이다. 소변(60%)과 날숨(40%)으로 나가는 수분은 하루 2.5~3ℓ다. 나가는 만큼 마시는 물(80%)과 음식(20%)으로 보충한다. 땀은 거의 맹물이다. 흘린 만큼 혈액은 더 진해진다. 진한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맥없이 쪼그라든다. 세포도 삼투압이 높아지면 쪼그라든다. 세포 핵심인 단백질(호르몬, 효소)도 쪼그라든다. 인체삼투압이 쉽게 변하면 안 된다. 물부족으로 혈액이 진해지면 두뇌는 ‘갈증’으로 인식, 호르몬 (바소프레신)을 내보내 소변량을 줄인다. 소변이 더 진해진다. 신장은 20배까지 농축이 가능하다. 이런 조절능력 덕분에 혈액 삼투압은 정상의 2% 내외에서 유지된다. 하지만 조절 범위를 벗어날 때 인체는 위험해진다.



2011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쥐에게 정상 식사는 하되 물을 적게 주었다. 이런 탈수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장수유전자인 ‘클로토(Klotho)’유전자다. 수명을 결정하는, 제우스의 딸 이름을 가진 유전자다. 저명학술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 쥐는 다른 쥐의 4분의 1도 못 살았다. 반면 이 유전자 수를 늘리면 수명이 늘어났다.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신부전증으로 위험해진다. 생수가 생명수다. 매일 얼마를 마셔야 하나.



 

소변색과 탈수 정도(옅은 노란색 정상).



고강도 운동시 전해질 음료수 효과적방송에서 ‘하루 2.5ℓ 마시라’ 해서 큰 생수병을 준비했다. 이걸 본 룸메이트가 하버드 문헌을 들이댄다. 적정량은 0.8~1ℓ였다. 미 의학연구소는 1.9ℓ, 미 건강센터는 3ℓ, 마요연구소는 ‘목 마실 때 마셔라’다. 통일된 값이 없다. 아니 값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필요 생수량은 개인차가 심하다. 땀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이, 탕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적게 마셔야 된다. 즉 체질·음식·날씨·활동·땀량에 따라 다르다. 목마를 때 마셔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반나절이 지나야 갈증이 생기고 이때는 이미 1~2% 탈수상황이다. 갈증을 느끼는 개인 시간차도 있다. 하루 8컵이 목표라 해도 내가 몇 잔을 마셨는지 기억하기는 힘들다. 평상시 보통사람이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룸메이트와 옥천휴게소에 들렀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 뭔가 붙어있다. ‘소변색으로 보는 내 몸 탈수상태’, 이거다. 이게 제일 정확하다. 병원에서 인체 탈수 여부는 피를 뽑아 진한 정도(삼투압)로 측정한다. 세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혈액의 진한 정도다. 이게 정상이면 된다. 혈액이 진하면 소변은 농축돼 더 진해진다. 즉 내 몸의 현재 탈수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는 게 소변색이다. 미 육군 탈수예방 지침서에도 소변색을 보라고 했다. 투명무색은 물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는 표시며 밝고 옅은 노란색이 정상이다. 물론 비타민이나 약으로 생기는 소변색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운동 욕심이 나는 가을이다. 1시간 운동은 생수만 마셔도 되지만 마라톤 등 2시간 이상 고강도 운동시 단순생수만 마시면 혈액이 묽어져 혈중 나트륨이 낮아지는 저나트륨증으로 위험해진다. 2011년 시카고 지역 조깅자의 반은 저나트륨증을 보였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고강도 운동시 단순 물보다는 초콜릿우유나 스포츠음료 등 전해질이 첨가된 음료수가 좋다. 과당·포도당은 금물이다. 운동 후 단 드링크는 탈수를 가속화하고 신장문제를 일으킨다. 커피를 마신다고 탈수가 더 생기지는 않는다. 수돗물, 검사된 약수 모두 마셔도 된다. 물 종류 대신 소변색에 예민해지자.



국내 성인 74%가 하루에 물 1ℓ도 안 마신다. 급성탈수는 조심하지만 만성탈수는 신경을 안 쓴다. 개인맞춤형 노하우가 필요하다. 필자 30년 룸메이트 집사람은 500㎖ 생수병 3개를 차와 부엌에 놔두고 수시로 비운다. 2ℓ 큰 생수병보다 비우기가 쉽다. 본인의 작은 체중과 적은 운동량, 많은 국물 식사와 소변색에 맞는 ‘적정 생수량’이라고 한다. 소변색 잘 보고 물만 잘 마셔도 앰뷸런스 탈 확률은 줄어든다. 한국인은 ‘물부족’ 국민이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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