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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선배 이기고 싶은 건 후배의 본능, 적정거리 유지하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18 00:01
자기만 무시하는 후배가 고민인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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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시를 하면 자기 일이 아니래요) 게임회사 인사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입사 4년 차 아직 미혼인 여성입니다. 오랫동안 부서의 막내로 지내며 언제 막내에서 탈출하나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봄에 신입사원이 들어와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런데 후배 신입사원이 자꾸 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다른 상사들과 함께 있을 땐 깍듯한데 둘이 있을 때는 태도가 달라지니 당황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둘이 있을 때 업무 지시를 하면 자기 업무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서로 도와 마감 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약속이 있다며 그냥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위 직급의 상사와 있을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상냥해지니 기가 막히고 속이 터지네요. 도대체 후배는 왜 그러는 걸까요. 제가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선배로서 위상도 세우고, 후배와도 잘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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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늘은 사연 주신 분 입장에 서서, 조금 까칠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더 당황스럽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보다 후배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이 말이죠. 실제로 후배의 불편한 태도 때문에 속상해서 사연을 보내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후배한테 이런 대접을 받는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지면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을 한심하다고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후배로서 선배와 경쟁해서 이기고 싶은 욕망은 우리 마음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끈적끈적한 녀석입니다. 내가 한심해서 후배가 나한테 이러는 것이 아니라 후배가 그런 욕망이 강한 사람인 거죠. 선배를 공경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건 선배 공경이 본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나올 때 선배 공경 유전자보다는 선배 경쟁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납니다. 생존 때문이죠. 동생이 형에게 처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이 한 살 때라고 합니다. 한 엄마 뱃속에서 나온 형제도 한 살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놓고 본능적으로 경쟁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경쟁 유전자가 더 강하다고 해서 더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동생이 자꾸 형에게 대들고 밉게 굴게 되면 동생에 대한 엄마 마음이 좋을 리 없습니다. 당연히 형도 동생이 예쁘지는 않겠죠. 본능이라는 것은 힘의 원천이지만 세련되게 가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됩니다. 오늘 사연의 후배도 회사 내에 벌써 적을 한 명 만든 셈입니다. 사람 인생은 알 수 없죠. 사연 주신 분이 그 후배분을 평가하는 위치에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좋은 점수를 줄 리가 없겠죠.

첫 만남에서 더 중요한 적정거리

사실 마음에 맞는 후배가 걸릴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도 성격이 맞지 않아 으르렁대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주사위 던지듯 우연히 만난 후배가 나랑 잘 맞을 확률은 낮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적정거리를 우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마음을 열고 100을 주면 저쪽도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0 정도는 줄 사람인가를 평가해 보는 것이죠. 인간관계를 무얼 그렇게 치사하게 재면서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런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100이란 애정을 주었을 때 상대 쪽에서 50만 주면 내 마음에 좌절이 생기고 좌절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계에 있어 처음에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일단 거리를 좁혀 놓게 되면 다시 뒤로 물러날 때 내가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도 한심하게 느껴질 수 있고 상대방도 사람이 왜 변하냐며 비난할 수 있습니다. 잘못은 후배가 했는데 내가 비난받고, 후배의 깊숙한 무의식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마저 편하게 해주게 되는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 후배에게 화를 심하게 내게 되면 후배가 좀 속상할 수는 있지만 나에 대한 죄책감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되는 것이죠. 거기에 ‘너도 나랑 별다를 바 없는 속물이구나’라며 후배가 나를 편히 무시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빌미마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적정거리 유지가 처음부터 필요하지만, 이미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면 내 감정 표현을 자제하면서 서서히 다시 적정거리를 유지하도록 발을 한발 뒤로 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연 주신 분은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 관계를 우선시하는 분이라 느껴집니다. 그에 비해 후배는 경쟁, 힘을 더 우선시하는 분이라 추측되는데요. 사연 주신 분이 한 잘못은 딱 하나입니다. ‘저 후배도 나랑 마음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나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평생 좋은 친구 하나만 만나도 행복한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잘 들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후배와 잘 지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친해질 방법은 보이지 않네요. 후배를 공손하게 만들 방법은 보입니다. 힘을 중요시 여기는 후배이니 힘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공손한 태도를 보이리라 생각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컬처 테라피 │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 심심한 인생이 더 행복하다

이번 주부터 노래 가사, 시, 소설, 영화 등 문화 콘텐트를 통한 마음 관리 팁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마음이 속상하고 삶이 불만족스러운 건 안 좋은 일이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너무 좋은 것만 기대하고 사는 것 때문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조금은 ‘무덤덤하고 심심하게 사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원더풀 투나잇’이란 곡으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의 대표작으로 ‘레일라’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곡은 12세기 페르시아의 시 ‘레일라와 광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 시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여인 때문에 미쳐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곡의 가사에는 ‘나 완전히 미쳐버리기 전에/ 제발 우리에게 길이 없다고 말하진 말아줘요/ 그리고 내 사랑이 헛되이 끝난다고 말하지 말아요’라는, 한 여인을 향한 남자의 절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절규는 에릭 클랩튼의 실제 상황이었는데요. 절친인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의 부인 패티 보이드에 대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노래 발표 9년 후 둘은 결국 결혼에 성공하지만 또 9년 후 이혼합니다. 노래 마지막 가사처럼 사랑이 헛되이 끝나 버리네요.

인생이 무료하다, 심심하다, 무언가 열정적인 사랑 같은 일이 내게 터졌으면 좋겠다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는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란 곡입니다. 노래의 시작이 이렇습니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너 없이 못 산다며 절규하는 노래 레일라와는 느낌이 참 다르죠. 어느 노래의 가사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인생이 행복하지 않고 무료하다며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분들께 ‘심심한 인생 살기 연습’을 권해 드립니다. 우리들은 행복이란 메시지에 너무 강하게 반복 노출되어 행복 중독에 살짝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상당히 강렬한 느낌이 찾아와야 내 삶이 행복하다 느끼는 것이죠. 심심한 것은 곧 불행이고요. 그런데 계속 강렬한 자극만 원하면 뇌가 오히려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행복을 느끼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행복 내성’이 생겨버리기 때문입니다.

행복감을 잘 느끼는 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좀 비어있는 듯 심심한 인생에서 은근히 찾아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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