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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정광' 수컷 거북이, 멸종위기 동족을 구하다

중앙일보 2016.09.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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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의 카사노바` 디에고. [사진 유튜브 캡처]

‘색정광’ 수컷 거북이가 동족이자 멸종위기에 놓인 갈라파고스땅거북(Chelonoidis hoodensis)을 되살리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고 AFP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에고’라는 이름의 이 수컷은 족히 100살은 넘었다. 신체 사이즈는 높이 1.5m, 몸무게 80㎏, 몸길이 90㎝다. 거북이로선 아주 잘생긴 외모라고 한다.

또 워낙 정력이 세고 암컷을 정말 좋아해 ‘갈라파고스의 카사노바’라는 별명이 있다. 에콰도르 산타크루즈 섬의 거북이 종족보존 센터에서 현재 암컷 6마리와 동거 중이다. 산타크루즈 섬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섬들 가운데 하나다.
 
디에고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발견됐다. 이름도 거기에서 얻었다. 언제 어떻게 고향을 떠나 미국 동물원에 들어왔는지 기록이 없단다. 1900~59년 사이에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고향인 갈라파고스 제도로 되돌아갔다. ‘씨내리’ 거북이로서 말이다.

과학자들은 6년 전까지 디에고가 그렇게 색을 밝히는 줄 몰랐다. 거북이 종족보호 센터에서 새로 태어난 거북이 새끼 2000마리 가운데 40%인 800마리의 아버지가 디에고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한 거북이 전문가는 “디에고는 성적으로 매우 왕성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디에고의 노력 덕분에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1835년 찰스 다윈이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방문한 뒤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곳이다. 산타크루즈 섬에만 한때 5000마리의 갈라파고스땅거북이 살았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남획으로 멸종위기까지 갔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평균 수명이 180년 정도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8m 정도까지 나가고, 무게는 400~500㎏가 된다. 평소 시속 0.2㎞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일 년 동안 먹이를 안 먹어도 살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2001년 에콰도르에서 기증을 받아 암컷 ‘티토’와 수컷 ‘마토’를 길렀지만 마토는 2006년에, 티토는 지난해 각각 폐사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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