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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보다 100배 빠른 ‘라이파이’가 온다

중앙일보 2016.09.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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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파이는 빛의 깜빡거림을 이용해 2진수를 만드는 식으로 데이터를 변환한다. [사진 기즈봇]


정보기술(IT) 산업이 발전할수록 수많은 기기ㆍ센서를 연결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기술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IT업계에서는 현재 네트워크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와이파이와 롱텀에볼루션(LTE)이 머지않아 라이파이(Li-Fi)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15일 테크크런치ㆍ기즈봇 등 IT 전문매체에 따르면 라이파이는 라이트 피델리티(light-fidelity)의 줄인 말로,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지금까지 무선 네트워크기술은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해왔지만 라이파이는 가시광선, 즉 빛을 이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빛의 깜빡거림을 이용해 2진수를 만드는 식으로 데이터를 변환한다. 이론상으로 와이파이보다 약 100배 빠른 초당 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약 2초면 웬만한 고화질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라이파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애플이 전략 스마트폰 ‘아이폰7’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아이폰 탈옥 전문가’로 알려진 쿄우 후지바야는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 9.1에서 ‘라이파이 지원(LiFiCapability)’ 코드를 발견했고, 일부 외신들이 이를 토대로 “아이폰7에서 라이파이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이다. LTEㆍ와이파이를 뛰어넘는 강력한 네트워크 자원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심이 커졌다.

그렇지만 애플은 향후 라이파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이를 실험하고 있는 것일 뿐, 당장 라이파이를 탑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지금 기술 수준으로 스마트폰에 라이파이를 탑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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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파이가 상용화된 미래를 소개하는 그림. [사진 보스톤대]

 
아직은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지만 주요 기업들은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상업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스타트업 ‘벨메니’는 라이파이를 활용해 3.5Gbps(1Gbps는 1GB의 데이터를 약 8.5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 전송에 성공한 바 있다. 애플ㆍ인텔ㆍ인터디지털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IT기업을 비롯해 유럽의 필립스ㆍ지멘스, 중국의 화웨이, 일본의 도시바ㆍNEC 등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차들은 전조등으로 서로 교신을 하며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집안 조명만으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게 가능해진다. 포브스는 “라이파이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대기업과 유양디앤유 등 중견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쇼핑카트에 라이파이 기술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매장 천장에 설치한 LED 조명에서 데이터를 보내는 방식으로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쿠폰 등을 보낼 수 있다.

라이파이가 차세대 네트워크로 떠오로고 있는 것은 속도뿐만 아니라 전파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고, 포화상태인 주요 주파수 대역과 겹치지 않아 주파수 혼선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라이파이는 벽이나 기둥처럼 도중에 빛을 투과하지 않는 장애물이 있다면 데이터 전송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라이파이가 와이파이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면서 진화의 속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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