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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미의 취향저격 상하이] ⑦ M50의 예술가들

중앙일보 2016.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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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M50은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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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방직공단을 개조한 갤러리, 화실이 140곳에 이른다.

미술계에 종사하거나 미술 애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M50은 상하이에서 1순위로 가봐야 할 곳이다. M50은 모간산루 50번지의 줄임말로, 이곳은 원래 1930년대에 건설된 방직 공단이었다. M50이 지금처럼 하나의 거대한 예술 단지로 변모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 천정이 높은 공장 창고는 전시 공간으로 탁월했고, 저렴한 입주 비용은 가난한 예술가의 주머니 사정에 알맞았다. 그렇게 2000년부터 지금까지 버려진 공장 건물에 차츰 차츰 크고 작은 갤러리, 화실이 자리잡았다. 지금은 140곳에 이른다. M50은 이제 상하이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예술 공간일 뿐만 아니라, 베이징 798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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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의 건물 구석구석 걸으며 갤러리 산책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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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의 건물 구석구석 걸으며 갤러리 산책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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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작업실도 많아서 작가와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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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작업실도 많아서 작가와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M50 예술단지 안에는 모두 25개의 건물이 있다. 건물 안 복도를 가로지르고,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면 구석구석 수많은 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대부분은 무료 관람이라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마음을 끄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작업실을 겸한 갤러리도 많아서 운이 좋으면 작업 중인 화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특히 M50 초입의 4호 건물에선 상하이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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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던 화가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캔버스와 물감이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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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의 화가 위난청 작업실 겸 갤러리.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태극 시리즈’의 작가 위난청(于南澄)의 작업실이었다. 그의 작업실 겸 갤러리에는 피시 스튜디오(Fish Studio)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그의 성인 ‘위(于)’가 물고기를 의미하는 단어 위(魚)와 동음이의어인데서 따온 것이다. 위난청의 작품은 사실 신톈디 낸시 갤러리(Nancy’s Gallery)에서 본 적 있었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유화 물감을 두텁게 덧칠해 마티에르(matière·재질감)를 극대화한 것이 위난청 작품의 특징이다.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된 인물들은 생동감이 넘쳐서,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주었다.

천안문 관장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는 군중, 병마용 앞에선 진시황제 등 작품에 담긴 중화 사상이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순 있지만, 압도적인 마력을 지닌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쑤성 창저우(常州) 출신으로 미술을 독학한 그는 현재 상하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태극 시리즈 외에 무용수, 여인 시리즈 등 여성의 몸짓을 순각적으로 포착한 작품이 많아서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 Ga)가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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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의 화가 톈망즈 작업실 겸 갤러리.


같은 4호 건물의 당 갤러리(Dang gallery)는 중국 선양(沈陽) 출신의 화가인 톈망즈(田芒子)의 갤러리다. 톈망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사과 시리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후 세계를 절망적으로 인식한 그는 20년이 넘게 사과를 그리고 있다. 톈망즈는 “나는 더 이상 사과를 그리는 게 아니다.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과처럼 동그란 행성에서 살아가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세계를 색깔로 표현한다. 때로 이 세계는 불가사의한 보라색이었다가, 희망에 찬 파란색, 부와 분노에 휩싸인 노란색으로 변한다. 아니 어쩌면 이 세계는 허무한 시간으로 가득한 검정색인지도 모른다. 무수한 색깔로 그려낸 사과는 그 자체로 세계에 대한 비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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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그룹 아일랜드 식스의 갤러리.


미로 같은 4호 건물을 빠져나오면 바로 옆에 6호 건물이 있다. 이 건물 6층은 상하이의 예술가 그룹 ‘아일랜드 식스(Island 6)’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이다. M50의 중추적인 갤러리 중 하나이며, 상하이에서 가장 도발적인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막상 6층까지 계단을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가팔라서가 아니라 계단에서부터 이미 전시 관람이 시작돼 발길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작품 대부분이 관람객의 모션을 인식해 작동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평범한 파도 그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동영상이 재생돼 서핑하는 인물이 나타나 움직이는 식이다. 관람객은 작품과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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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의 창고형 갤러리들은 천정이 높아 웅장함을 준다. ‘상아트 갤러리(Shanghart Gallery)’가 대표적이다.


중국어로 류다오(六導)라고도 하는 아일랜드 식스는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를 추구하는 예술가 그룹이다. 작가들은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큐레이팅, 기계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모토 아래 서로의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이처럼 실험적인 아이디어는 갤러리 중앙의 유리 박스에서 나온다. 아일랜드 식스 멤버 중 한 사람인 큐레이터 토마스 샤베르(Thomas Charvériat)가 만든 것으로 작가들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실현하도록 했다. 갤러리 운영 방식도 선구적이다. 예술가들이 직접 투자해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아일랜드 식스를 운영하며,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시설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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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의 분위기 좋은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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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의 분위기 좋은 카페들.

M50의 갤러리들은 보통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M50에는 상 아트 갤러리(Shanghart Gallery), 언디파인 카페(Undifine Cafe) 등 가볼만한 갤러리와 카페도 많다. 반나절 정도면 넉넉하겠지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오산이었다. 결국 그 많은 갤러리를 반의 반도 둘러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M50은 하루 온종일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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