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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그럴 수 있지” 스트레스 포용하라, 집중력·적응력 좋아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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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김정한

몸에 치명적인 독도 쓰기에 따라선 약이 된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나쁜 스트레스(distress)는 다루기에 따라 삶의 활력소가 되는 유스트레스(eustress)로 바뀔 수 있다. 유(eu)는 ‘좋은’ ‘긍정적’이란 뜻의 접두사다. 유스트레스는 집중력과 체력을 높이고 대인관계를 도와 원만한 사회생활을 돕는다. 스트레스를 우리 생활에 활용해야 할 ’우군’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살펴본다.

몸에 유익한 ‘유스트레스’로 바꾸려면

스트레스 대처 방식, 사망 위험 낮춰

현대인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간다. 직장, 학교, 가정에서 수많은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을 덮친다. 지속적인 불안·초조·긴장감은 심뇌혈관계 질환과 암을 유발하고, 우울증·공황장애로 발전해 정신건강을 해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은 스트레스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삶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스도 있어서다. 예를 들어 결혼·승진처럼 바람직하고 좋은 변화에도 가슴이 두근대거나 긴장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겪는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도전과 성취의 동기를 부여하고 행복감을 고취시켜 삶의 에너지를 만드는 것 역시 스트레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유스트레스다.

초기 의학자들은 이런 스트레스의 성격이 원인(stressor)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각종 난관이나 질병, 배우자 사별처럼 부정적이고 원치 않는 자극일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별로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스트레스의 성격을 좌우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진행된 실험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3만여 명의 성인을 8년간 추적 조사해 스트레스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사망 위험률이 43% 증가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았어도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사망 위험률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스트레스의 원인보다 당사자의 인식과 반응이 스트레스의 방향·크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수많은 연구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건강을 해치는 나쁜 스트레스도 마음 훈련 또는 생각 전환을 통해 얼마든 유스트레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친밀감 높이기도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에게나 일정하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이 긴장하는 식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근육과 뇌에 공급되는 산소·영양소가 증가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커져 운동능력이 향상된다.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면역계도 활성화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에는 친밀감을 높이는 ‘옥시토신’, 힘의 원동력이 되는 ‘아드레날린’ 등이 있는데, 이런 호르몬은 대인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도록 돕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유도한다.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는 업무·학습 효율을 높이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거꾸로 무조건 스트레스를 피하고 없애려고 하면 건강에는 더 해롭다. 김선미 교수는 “스트레스가 무서워 자신의 상황이나 일을 피하기만 하면 자신감이 줄고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쉽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일상적인 자극이나 사건도 나쁘게 받아들여 결국 만성 스트레스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피하는 게 건강에 더 나빠

스트레스 원인이 부정적이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내심, 사회적 연대감 등이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유스트레스가 된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마주하는 자세다. 몇 가지 실천적인 방법이 있다. 첫째로 스트레스 수준을 예측해야 한다. 김선미 교수는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 수준을 미리 예상하면 계획을 세워 집중력과 의욕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 정보(업무·학업량 등)를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둘째는 의미 부여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에서 본인과 지인, 소속 집단에 주는 의미를 발견하면 나쁜 스트레스도 좋은 스트레스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이 성취와 보상 경험이다. 금전적 보상, 대인관계 개선 경험, 정신적인 희열 등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한계치도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휴식이다. 스트레스 원인을 없애고 바꾸기란 사실상 어렵다. 스스로 긴장을 완화하고, 삶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만 스트레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단 몇 분간의 주도적인 활동도 통제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참고도서 : 「스트레스의 힘」, 「유쾌한 스트레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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