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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5년 안에 삼성 잡는다’ 화웨이의 야심

온라인 중앙일보 2016.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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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특허 소송을 낸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 / 사진:중앙포토

#1. 1978년 막 실권을 잡은 덩샤오핑이 주관한 전국과학 대회에는 6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덩샤오핑이 ‘과학기술이 바로 생산력’이라는 연설을 하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암시한 이 대회에서 33세의 런정페이도 덩샤오핑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런정페이는 자신의 부친이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자신이 공산당에 입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덩샤오핑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런정페이는 9년 후 자신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선전에서 2만 위안을 가지고 화웨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 회사가 30여년 후 삼성전자·시스코 같은 세계 굴지의 IT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연구개발 인력 전체 직원의 45% ... 샤오미·오포와 달리 해외서도 강해

#2. 지난 7월 26일 오후, 화웨이가 선전에서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부문을 총괄하는 소비자 사업그룹(BG)은 774억 위안(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6056만대에 이르렀다. 화웨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8.6%로 상승했고 해외 판매량도 큰 폭 증가했다. 실적 발표 후 소비자 사업그룹 그룹장인 위청동은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인 1억4000만대 달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앞으로 3~5년 사이에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2~3개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는 1~2개 스마트폰 생산 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위청동은 2월 말 스페인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5년 안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글로벌 스마트폰 1위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후 불과 몇 년 만에 글로벌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22.8%의 시장점유율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이어 애플이 11.9%의 점유율로 2위, 화웨이는 9.4%의 점유율로 3위 자리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200만대에 달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애플·LG전자로 이뤄진 3강 구도에서 LG전자는 완전히 탈락하고 화웨이가 3위 자리를 공고히 다진 것이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했던 샤오미는 5위로 떨어졌다. 그 대신 오포(OPPO)가 전년 대비 137% 성장하며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가장 시선을 끌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는 오포다. 오포는 중국 2, 3선 도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하며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특히 샤오미가 치중하던 온라인 마케팅 대신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가격에 민감한 중국 20대 소비자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전략으로 올해 2분기에만 18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판매량이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000만대 넘게 늘었다.

| 전방위적 삼성전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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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중에서 삼성전자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업체는 단연 화웨이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해외 시장 판매량이 적거나(오포·비보),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는 있으나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적다(TCL).

국내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샤오미도 마찬가지이다. 샤오미는 인도 진출을 시도했지만 특허 침해 소송에 휩싸이면서 지지부진하다. 더구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오포·비보가 치고 올라오면서 중국 시장 내 주류 경쟁대열에서 탈락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2분기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샤오미는 올해 2분기에는 4위로 수직낙하했다.

이와 달리 화웨이는 지난해 2위에서 올해 2분기 1위로 상승했다. 매출 규모도 급증했다. 스마트폰이 주력 사업인 소비자 사업그룹은 지난해 1291억 위안(약 2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4년 대비 73% 증가한 금액이다. 런정페이는 5년 이내 소비자 사업그룹 매출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 의존해 글로벌 상위 업체에 오른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해외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1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해외 매출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점유율이 20%를 돌파했고, 뉴질랜드에서도 15%를 넘어섰다.

화웨이가 부상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중국에서 패블릿 신제품인 ‘아너노트8’를 공개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공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언론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중국인 고위 임원을 빼가 소비자 사업그룹 고위직에 임명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중국 언론은 화웨이의 삼성전자 따라잡기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화웨이가 지난 5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낸 것도 ‘삼성전자 따라잡기’ 전략의 큰 틀에서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화웨이는 자사가 중국의 카피캣이 아닌 삼성전자·애플과 대등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임을 공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럼, 화웨이 성장의 계기는 무엇일까? 화웨이가 휴대폰 사업에 막 진입한 2010년만 해도 휴대폰 판매량은 약 300만대에 불과했다. 변화의 시작은 2011년이었다. 화웨이는 획일화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통신장비, 기업 내부망 등 기업 대상 사업 및 휴대전화를 포함한 소비자제품을 3대 전략 분야로 정했다.

이 중 화웨이가 가장 성장성이 큰 사업 분야로 정하고 매진한 것은 소비자제품이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2년 3200만대, 2013년 5200만대, 2014년 7500만대, 2015년 약 1억대로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그동안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에서 에릭슨을 따라잡고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이제 화웨이는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를 따라 잡으려 하고 있다.

| 애플보다 무서운 상대로 떠오를 가능성


화웨이가 다른 중국 업체와 구분되는 점은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입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이다. 화웨이가 세계 곳곳에 설치한 16개 R&D센터에는 7만9000명의 직원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5%에 달하다. 2015년에는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596억 위안(약 10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중국 제품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짝퉁’ 이미지가 아니다. 샤오미가 애플을 모방한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독자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된 것과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애플과 함께 선두그룹을 구성하면서 다른 중국 업체인 오포·비보·샤오미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화웨이 신화의 끝은 어디일까? 과연 5년 후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따라잡지 못해도 애플보다 더 무서운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무서운 것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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